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검찰총장의 길

등록 2019.06.18 21:45

수정 2019.06.18 21:50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5년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었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다."

그는 이미 김일성 생가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검찰은 구속 수사를 검토했습니다. 그러자 천정배 법무장관이 사상 처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해서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결국 지휘를 받아들인 뒤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취임 여섯 달 만에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찰이 쌓아온 정치 중립의 꿈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국민은, 정치가 수사에 개입하고 권력의 외압에 굴복하는 검찰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김 총장이 장관 지시를 끝까지 거부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그처럼 권력의 외압에 직을 내던져 대답한 총장도 드뭅니다. 거꾸로 정권 눈치를 살피며 임기를 채운 총장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검찰총장의 운명을 흔히 영광의 가시밭길이라고 합니다. 그 비유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도 그 가시밭 앞에 섰습니다.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적폐 수사와 검찰 개혁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정권 3년차가 되도록 지속되는 적폐 청산의 피로가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검찰에게 지나치게 쏠린 힘을 빼는 일 역시 제머리 깎기처럼 까다롭습니다. 결국 검찰이 바라보며 가야할 곳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국민의 권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열쇠입니다. 그러려면 검찰의 독립부터 확보돼야 합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이 중요한 것은, 그렇게 돼야만 국민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김종빈 전 총장 퇴임사처럼 말입니다.

윤석열 후보자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국민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검찰의 최고봉에 올랐습니다. 그 소신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그 소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제부터 판가름 날 거란 사실입니다.

모쪼록 이 어지러운 정치 현실에서 검찰과 검사 윤석열이 모두 사는 길을 택하길 바라겠습니다.

6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검찰총장의 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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