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너도나도 "내가 원조집"…헷갈리는 소비자만 '골탕'

등록 2019.07.29 21:36

수정 2019.07.29 21:43

[앵커]
휴가철을 맞아 맛집 많이 찾아다니실텐데요. '원조'를 찾기 마련이지만, 이 집도 원조, 저 집도 원조라고 쓰여있는 경우 많다보니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참 헷갈립니다. 원조 업체가 굳이 특허등록을 하지 않다보니, 업체간 '원조' 쟁탈전이 벌어진 건데요. 왜 원조 업체는 특허등록을 하지 않는걸까요?

소비자 탐사대, 차순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요즘 남녀노소 인기가 많은 평양냉면. 무더위 땡볕에도 손님들이 줄을 섰습니다. 50여년 전 실향민이 시작해 원조 평양냉면집 중 하나로 이름난 곳입니다.

식당 업주
"(몇년 되신거예요?) 한 50년 됐어요."

신지연 / 서울시 흑석동
"오래되기도 했고, 간판도 그렇고 그만큼 많이 사랑받았다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맛과 전통이 검증됐단 생각에 일부러 원조집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예진 / 서울시 연희동
"SNS에서 찾아서 자주가고, 방송 보다가…"

수십 년에 걸쳐 힘들게 맛과 신뢰를 쌓아온 원조 맛집들. 원조란 명성이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너도나도 원조를 자처하며 간판을 내거는데...

식당 업주
"소비자로 하여금 호객 행위라고 봐야죠. 원조라 그러면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원조 맛집이 30미터 옮기자 원래 자리에 이름 한 글자만 바꾼 같은 메뉴 식당이 들어서고,

원조집 사장
"임대 온 사람들이 원래는 밥집 한다고 그러더니 국밥집 차렸어요."

소위 대박 맛집 주변엔 유사 상호 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인근 식당 업주
"1년 된 집이던 10년 된 집이던 먼저 상호 등록하면, 그거 가지고서 '내가 원조다' 이러면 말이 안되는 거지. 절도지 그게"

특히 부대찌개와 족발, 떡볶이 등 특정 상권이 만들어진 곳은 원조 경쟁이 더욱 치열합니다. 이 골목에만 원조나 본점, 수십년 전통을 강조하는 부대찌게 집들이 10여 곳에 달합니다.

몇년 전에는 서울 강남의 간장게장집 사이에 원조 상호 사용을 놓고 칼부림까지 벌어졌습니다.

원조 논란은 왜 끊이지 않을까? 상호 등록은 누구든 먼저하는 게 임자이고,

신문재 / 변호사
"다른 사람들이 '이 집 상표가 괜찮구나 장사가 잘 되는구나' 라고 해서 먼저 출원을 하게 되면 상표를 뺏기게 되죠."

원조 조리법은 특허등록하면 오히려 비법만 공개하는 셈이 돼 꺼리는 업주가 많습니다.

특허청 관계자
"특허는 등록이 되면 다 공개가 돼버리거든요. (맛집은)공개를 안 해야 좋은거 아닌가요."

원조 확인 소송을 해도 시간과 비용만 많이 들고 실익은 크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젠 아예 '원조' 상호가 업체 간 거래되기도 하고,

식당 업주
"인수를 할 때 상호가 같이 딸려와요. 손님이 가게가 바뀌었다고 생각은 안 할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상호를 안바꾸는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가 원조인지도 불분명해지는 상황.

김광희 / 인천시 연수구
"아무래도 그런 거 파악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좀 많이 힘든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아요."

김현수 / 의정부시 금오동
"다들 본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하게 어디가 본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아 지금도 잘 모르시는 거예요?) 네네"

불경기 식당 간 벌어지는 원조 경쟁 속에 소비자 불편만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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