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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늘리더니…LNG발전소 터빈부품 절반이상이 '미쓰비시' 제품

등록 2019.07.30 14:37

수정 2019.07.30 18:47

우리나라 에너지 공기업들이 LNG 발전소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부품 절반 이상이 일본 '미쓰비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탈원전으로 LNG 발전소를 늘려지을 수록 이른바 전범 기업의 배를 불려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연혜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와 지역난방공사가 운영하는 LNG 발전소는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4782억 원어치의 가스터빈 부품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55%인 2633억 원이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제품이다.

MHPS는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강제징용 피해자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과 또 다른 전범기업으로 규정된 히타치의 합작투자회사다.

발전사별로 보면 중부발전의 세종천연가스발전소가 180억 9천만 원, 동서발전의 울산LNG복합화력발전소 7~8호기가 627억 9천만 원을 미쓰비시 제품을 사들이는데 썼다. 지역난방공사의 화성, 파주, 삼송, 동탄 LNG열병합발전소는 1007억 원에 달했다. 특히 서부발전의 경우 5년 간 수입 전량이 일본산이다. 평택2복합발전소와 군산복합발전소가 5년간 MHPS 부품을 사는 데 쓴 돈은 620억 6천만 원이다.

무늬는 국산인데, 라이선스는 MHPS에서 받아 만든 곳도 있다. 남부발전의 경우 영월본부가 사들인 가스터빈 부품 198억 원어치의 생산업체는 두산중공업이지만 MHPS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일본산으로 본다.

세계 가스터빈 시장은 GE(미국), 지멘스(독일), MHPS(일본)의 3강 구도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쓰비시 제품은 낮은 가격과 유지·보수비용을 필두로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과거 점유율은 GE, 지멘스, MHPS 순이었는데 MHPS가 GE나 지멘스 보다 저가 전략으로 공략해서 최근 국내 납품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MHPS가 유지·보수, 즉 AS를 잘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LNG 발전은 연료와 발전소, 부품까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번 수입하는 비용만 드는 가스터빈과 달리, 블레이드나 베인 등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주요 부품들은 유지·보수를 위해 계속 비용이 든다. 제품 호환 때문에 한 회사의 터빈을 설치하면 계속 같은 제조사의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가스터빈을 프린터, 가스터빈 부품을 잉크라고 보면 된다"며 "가스터빈 가격은 낮아지고 있지만, 소모품이라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부품은 그 비용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가스터빈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제8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18년 37.6GW인 LNG 발전용량을 2030년 47.5GW로 10GW 더 늘릴 계획이다. 올 연말 발표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LNG 발전량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탈원전에 따른 원자력 발전량 감축분을 LNG 발전 등을 통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MHPS 같은 외국기업의 LNG 발전 부품 수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연혜 의원은 "국산 원전을 외면하는 탈원전 정책으로 외국기업들, 특히 한일 무역 분쟁을 부른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배만 불리는 효과"라고 지적했다. /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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