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향 그리는 밤

등록 2019.09.13 21:40

수정 2019.09.13 21:45

'어린 왕자'를 쓴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국제 우편물 수송기 조종사였습니다. 그는 1929년 아르헨티나를 향해 처음 야간 비행에 나섰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들판에 흩어진 불빛만이 별처럼 깜박이는 캄캄한 밤. 불빛들은 저마다 먹고살 양식을 찾아 반짝이고 있었다… 시인의 불빛, 교사의 불빛, 목수의 불빛… 가장 겸허한 불빛들도 식량을 찾고 있었다"

그는 한밤중에도 잠들지 않는 불빛을 보며 밥벌이의 고단함에 경외와 연민을 보냈습니다. 밥벌이란, 우리네 삶에서는 흔히 고향과 반대되는 이름이었습니다.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면 거기가 고향이려니 했던 '마음의 실향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입고 먹고 자는 것이 두루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하지만 한밤중 반짝이는 지상의 불빛처럼,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분이 많습니다. 수천만 귀성길을 지키는 철도-항공 관제사와 등대지기, 용광로를 멈출 수 없는 제철소 사람들, 교대근무가 일상이 돼버린 소방관, 간호사…

한 취업사이트가 추석 연휴에 일하는 근로자를 조사했더니 직장인 둘 중 하나, 아르바이트생 셋 중 둘이나 됐습니다. 성인 다섯 중 한 명은 추석을 혼자 보내고, 그중 셋에 하나가 취업 준비생입니다.

그래도 북녘땅 바라보는 실향민만큼 쓸쓸하고 서럽기야 하겠습니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에 세상을 등진 분이 이미 열에 여섯 분에 이릅니다. 갈수록 마음은 급하고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시선 이백이 세상을 떠돌던 서른한 살 가을밤에 뒤척입니다.

"침상 앞에 달빛이 밝다. 서리라도 내린 듯. 고개를 드니 산에 달이 걸리고. 눈에 삼삼한 고향. 나는 그만 고개를 숙인다"

이 밤, 휘영청 높이 뜬 보름달을 아린 가슴으로 우러러볼, 많은 분들을 생각합니다.

9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고향 그리는 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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