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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살인의 추억, 과학과 사람

등록 2019.09.20 21:48

수정 2019.09.20 21:53

2004년 북한과 수교협상을 벌이던 일본은, 북한에 납치됐다 숨진 여성 메구미의 유골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당황했습니다. 10년 전 메구미가 정신병원에서 숨지자 뒷산에 아무렇게나 묻어버려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북한은 두 번 화장한 다른 사람의 유골을 보냈습니다. 불에 탄 뼈에서는 DNA를 검출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하지만 일본 민간 연구소가 DNA를 찾아내 메구미 유골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일본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결국 수교협상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요즘 DNA 분석기법은 그때하고도 비교할 수 없게 정밀해졌습니다. 범죄자의 DNA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방대하게 쌓이면서 수십 년 묵은 사건들이 잇따라 해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42년 전 범죄현장 DNA를 다시 분석해 지난해 붙잡힌 '골든 스테이트 킬러'가 대표적입니다. 쉰 건 넘는 살인-성폭행을 저지를 당시 범인은 경찰관이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를 밝혀낸 것도 피해자 속옷에 남긴 땀자국입니다. 용의자는 지금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사건의 DNA가 모두 일치하면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백년 전 프랑스의 범죄학자가 남긴 명언, "범죄는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가 이제는 진리가 된 듯 합니다.

용의자는 마지막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3년 뒤 비슷한 유형의 범죄로 붙잡혔습니다. 게다가 그는 연쇄 살인 사건 당시 화성에 살았습니다. 단 한 명의 수사관이라도 여기에 주목했다면 지금 공소시효를 탓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1948년 영국 경찰은 어린이 성폭행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소도시의 열여섯 살 이상 남자 5만명 모두의 지문을 석 달 동안 채취했습니다. 그런 뒤 현장의 지문과 일일이 대조해 4만6천2백53명째 지문에서 범인을 찾아냈습니다.

이번 화성사건의 진전 역시, 29년이 지나도록 포기하지 않고 DNA 검사를 의뢰한 누군가의 뚝심에서 출발했습니다. DNA는 범죄수사에 내린 은총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9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살인의 추억, 과학과 사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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