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현장추적] 신도시 곳곳에 '요새 주택'…왜 그런가 봤더니

등록 2019.09.27 21:36

수정 2019.09.27 23:22

[앵커]
최근 전국 신도시 곳곳에, 이렇게 높은 벽면에 창문은 작은 주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택 안을 들여다보면, 집 한가운데 정원이 있어 '중정형' 주택으로도 불리는데요, 집에서만은 휴식을 취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겠다는 현대인의 생각이 깃든 주거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형식의 집이 생겨난 이유를 들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규제에서 시작됐습니다.  지자체가 높은 담장에 규제를 가하니, 아예 집을 담처럼 만든 겁니다.

현장추적, 차순우 기자가 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 2, 3층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유난히 높은 외벽들이 눈에 띕니다.

창은 작고 벽은 높아 주택인지, 일반 건물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입구를 찾기가 힘든 집도 있습니다.

"성 같네 엄청 높은데요."

집 안은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외양은 요새 같고 중앙에 정원을 둔 소위 '중정형' 주택입니다.

사생활 보호와 방범성을 높인 설계입니다. 건물 밖은 벽으로 둘려져 있지만, 보시다시피 정원을 집 내부에 조성했습니다.

중정형 주택 거주자
"밖에서 사회생활 하는 것만으로 인간관계에서 힘든데, 집 안에서는 좀 편안하게 아무도(외부 사람) 안 보고…"

요즘 수도권 신도시에 중정형 주택이 우후죽순 생기는데... 반응은 엇갈립니다.

장수복 / 성남시 운중동
"나무가 없고, 담으로 쌓아져 있잖아요. 그런 집은 조금 삭막해 보이죠."

신재우 / 성남시 운중동
"그냥 되게 예쁘다 살고 싶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에 중정형 주택이 집중되는 건 이들 지역 지구단위계획 때문.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단독주택 담장 높이는 1.2m로 제한됩니다.

더욱이 담장은 콘크리트나 벽돌이 아닌 살아 있는 나무로만 둘러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담장을 없애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를 늘리자는 취지입니다.

성남시 관계자
"규제할 건 해서 담장 너머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도 하고 그러는 거지…"

하지만 낮은 담장으로 사생활 피해를 호소하고..

단독 주택 주민
"집 안이 보이면 좀 불안하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자유스럽지가 못하잖아요."

나무 울타리는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

주택단지 주민
"아니 나무를 매일 관리를 해야 하니까, 죽고…"

결국 대안으로 폐쇄형 집을 짓는 겁니다.

정수진 / SIE 건축 사무소
"중정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야겠다 생각으로 한 건 아니고, 도로변에서 차단해야 하겠다. 어떻게든 사생을 보호해야겠다."

지자체 기대와 살리 주민 간 소통과 교류는커녕 단절과 불편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게다가 중정형 주택은 건축비도 더욱 듭니다. 비슷한 지구단위계획은 세종, 위례 등 전국 신도시 곳곳으로 확산 추세입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이라든가, 지역 건설업체라든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같이 만들도록 하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재산권만 제한받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택단지 주민
"규정이 그러니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규정에 따라서 지어야 하니까…"

TV조선 차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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