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이들은 죄가 없다

등록 2019.10.07 21:48

수정 2019.10.08 17:04

새벽에 잠이 깬 아버지가 평화롭게 잠든 아기를 봅니다. 아기가 태어나 선물했던 감동과 행복을 되새기며 소망합니다.

"아가야 너는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들꽃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라. 오늘도 어둠의 계절은 깊어, 새벽 하늘 별빛마저 저물었나니…. 아가야 너는… 눈물을 노래하는 사 람이 되라…"

2011년 김정일이 사망했다고 알리는 북한 TV 앞에서 평양 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집니다. 통곡하는 행렬에 어린이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짖습니다.

이 생경한 장면에 다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 유일 체제에서는 아이들도 세뇌 대상이자 우상화 수단이며 선전 도구입니다. 동요도 "정치의 심장" 이라고 말합니다.

지난주 유튜브에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라는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촛불 국민에게 드리는 노래"라며 '아기돼지 엄마돼지' '산토끼' 같은 동요의 가사를 바꿔 부릅니다. 가사는 한결같이 어린이답지 않습니다. 설혹 어른이라고 해도 섬뜩할 수 있는 내용으로 동요를 꾸몄습니다.

야당은 토착 왜구, 언론은 적폐 기레기, 그리고 조국 사건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검찰이라고 조롱하고 저주합니다. 차마 제 입으로도 전하기도 민망한 데, 이 노래를 부른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함에 앞서 먼저 안쓰럽고 걱정스럽습니다.

이 동영상을 올린 매체는 지난 8월 광화문 집회 무대에도 노래하는 아이들 동영상도 올렸습니다. 역시 동요 가사를 바꿔 한국당을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작년 11월 한 단체가 돌린 엽서에 초등학생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빨리 와달라" "언제든 대환영" 이라는 글귀를 적어 넣는 장면입니다. 뒷면에 김정은 환영단 가입 신청서가 찍힌 엽서였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라고 했습니다. "고운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이 아름다운 말로 흘러나올 때 모두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동요입니다. 그 동요를 분노와 증오에 가득찬 마음 천박한 말로 부르게 하는 수법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요?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들까지 그 전선에 마구 내모는 현실에 가슴이 조여오고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10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아이들은 죄가 없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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