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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해리스 미국대사

등록 2019.11.21 21:45

수정 2019.11.21 21:50

"동으로 흐르는 강물에게 물어보시게. 이별의 슬픔과 강물, 둘 중 어느 것이 더 긴지…"

1980년대에 최장수 주한 미국대사 기록을 남긴 리처드 워커. 그가 자서전에서 30년 한국 친구에게 바친 이백의 이별 시입니다.

청평 호반에서 잡채와 빈대떡을 즐기고 몇 잔 소주와 따끈한 온돌에 취해 아내와 함께 곤한 낮잠에 빠졌다는 소회도 있습니다.

6.25 참전용사인 그는 예일대 교수 때부터 쉰 차례 넘게 한국을 드나들며 교분을 쌓았습니다. 그런 애정을 바탕으로 5공 초기 얼어붙었던 한미관계를 되살려냈습니다.

미군을 철수시키려던 카터 대통령을 끝까지 설득하며 말렸던 글라이스틴, 테러를 당하고도 '같이 갑시다'라고 했던 리퍼트까지… 많은 대사들이 우정과 애정으로 현대사의 거친 파도를 한국인과 함께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해리스 대사는 조금 유별납니다.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하더니 방위비 증액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초대해 "50억달러 내라는 말을 스무 번쯤 했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대사란, 본국 입장을 전하면서도 주재국 입장도 배려해 마찰을 줄이는 자리지요. 외교적 언어와 예의를 갖추는 것 역시 기본입니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이 해리스 대사를 거칠게 비난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례하고 오만하다" "외교관이 아니다" "미국 대사관에 밥 먹으러 안 간다"는 공격이 잇따릅니다. 정의당도 "돈 내라 타령" 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상식 밖 청구서에 더해 미군 감축까지 암시하는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보며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하지만 이 역시 한미관계에서 넘어야 할 또 한 차례 파도입니다.

2008년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인은 미국 쇠고기의 과학적 사실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제 발언이 불쾌했다면 유감" 이라고 사과했습니다. 한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이 반미감정을 자극한다고 판단한 백악관과 국무부의 질책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미국에게 그런 절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해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 정부와 정치가 무엇을 삼가야 하는지 거꾸로 깨우쳐주는 일화입니다.

11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해리스 미국대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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