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남북관계의 보람

등록 2019.11.22 21:48

수정 2019.11.22 22:23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25년 전 일입니다만 '서울 불바다' 협박, 생생하게 기억하실 겁니다. 이 차관급 접촉은 원래 비공개 회의였는데 어떻게 보도됐을까요. 김영삼 대통령이 격노해 영상과 음성을 즉시 공개하라고 지시했던 겁니다. 온 나라가 들끓었고 정부는 군사훈련을 강화하며 북한을 거세게 압박했습니다. 그러자 김일성은 CNN 인터뷰를 자청해 "불바다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사실상 사과하고 발언자 박영수를 경질했습니다.

북한의 막말과 협박은 남북관계가 나쁠 때 기승을 부리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말하자마자 나온 북한 공식 반응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삶은 소 대가리가 웃을 노릇이라는 북한의 비아냥은 우리 쪽에서도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문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며 부산 한-아세안회의 초청을 거절했습니다. 정상 간 친서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부터가 황당한 일이지만 그런 상식은 애초부터 북한한테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국민 낯이 화끈거리도록 참담한 것은, 북한이 거부 이유를 대면서 쏟아낸 비아냥입니다.

몇 대목만 보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하게 보냈다. 영접준비를 최상으로 갖춰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다. 정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소뿔 위에 닭알 쌓을 궁리를 하는 철없는 아이'에 비유했습니다.

친서 보낸 날이 마침 북한 어부를 추방하겠다고 북에 통보한 날이었다는 사실도 공교롭습니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자 "우리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 이라며 "선을 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북관계는 제가 보람을 많이 느끼고 는 분야입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2년 전과 비교해 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굴하게 간청하고 구걸해서 얻는 평화가 진짜 평화인지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1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남북관계의 보람' 이었습니다.

관련기사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