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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불로소득 주도 성장

등록 2019.12.12 21:46

수정 2019.12.12 21:50

절에 들어가면서 지나는 여러 문 가운데 천왕문이 있습니다. 험상궂은 수호신 사천왕이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는 곳이지요. 그래서 사천왕 발아래 이렇게 악귀들이 깔려 있곤 합니다.

그런데 고창 선운사에서는 악귀 대신 여인이 붙잡혀 독기 어린 눈으로 째려봅니다. 행실이 바르지 못한 음녀라고 전해옵니다. 가끔 왜군 장수와 청나라 병졸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백성과 불교계가 왜란과 호란의 한을 그렇게라도 풀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벼슬아치들이 등장하는 곳도 있습니다. 백성에게는 혹독하도록 엄하더니 전란 때는 앞장서 달아났던 조정 대신과 지방 수령을 야유한 겁니다. 전혀 모범이 되지 못하는 벼슬아치들을 어느 백성이 믿고 따르겠습니까.

시민단체 경실련이 청와대 공직자 예순다섯 명이 지닌 아파트를 조사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평균 40퍼센트 3억2천만원이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정책 설계자라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장 전 실장은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 살 필요가 없다"고 했던 분입니다.

사실 청와대 공직자들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지난 2년 서울 아파트 상승률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왜 경실련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불로소득 성장" 이라고 비꼬았겠습니까. 안으로는 아파트로 재산을 불리면서 겉으로는 부동산을 죄악시하고 집값을 잡겠다고 호통 치는 그 이중성이 기막혔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더구나 1급 이상 비서진 셋 중 한 명은 집을 두 채 이상씩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에게는 국토부장관이 시한까지 정해주면서 집을 팔라고 으름장 놓더니 말입니다. 더 황망한 사실은 얼마 전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있다, 자신 있다"고 장담한 겁니다.

대통령은 취임 초 비서관실마다 액자를 나눠주면서 '춘풍추상'의 정신을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였던 게 어디 부동산뿐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청와대는 일부의 사실로 전체를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습니다. 무슨 문제가 터지든 자 신들에게는 봄바람 같고 다른 사람에게는 가을 서리 같은 청와대 사람들의 자신감에 다시 한 번 놀랄 따름입니다.

12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불로소득 주도 성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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