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나 혼자 산다

등록 2019.12.18 21:47

수정 2019.12.18 21:53

미국 심리학자가 두 가지 어미 원숭이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철사로 엮어 우유병을 꽂아둔 '철사 엄마', 또 하나는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헝겊 엄마' 입니다. 그리고 갓난 원숭이가 어떤 인형을 선택하는지 지켜봤습니다. 원숭이는 배고플 때 잠깐 우유를 먹으러 철사 엄마한테 갔을 뿐, 하루 열여덟 시간을 헝겊 엄마에 붙어 지냈습니다. 무서운 상황에서도 헝겊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이 고전적인 '사랑의 본질' 실험은 접촉과 애착이 먹이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1973년 영국 휴양지 호텔에서 불이 나 쉰한 명이 숨지고 4백여명이 다쳤습니다. 화재현장 TV 화면을 분석했더니 가장 무사한 그룹이 가족들이었습니다. 가족은 셋 중 둘이 함께 움직였지만, 친구들은 넷 중 셋이 흩어졌습니다. 떨어져 있던 가족도 아수라장에서 서로를 찾아 빠져나왔습니다. 친구가 친구를 찾아다닌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족은 버림받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침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힘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이혼 조정실 앞에 뒀던 이 단란한 4인 가족상을 10층으로 치웠습니다. 가족이 분자처럼 쪼개지는 시대에 맞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그렇듯 나 혼자 사는 1인가구가 사상 처음, 부부-자녀 가구를 앞서 가장 많은 가구 유형으로 떠올랐습니다. 정상적 가정으로 여겨온 부부-자녀 가구는 18년 뒤면 1인 가구의 절반까지 줄어들 거라고 합니다. 1인 가구 증가는 출산율 추락, 노인 가구 증가, 가부장제도 붕괴와 함께 갑니다. 이미 30%를 넘은 여성 가구주는 30년 뒤 40%까지 치솟을 전망입니다.

시인이 귀가해 집으로 들어섭니다.

"빈집에, 문을 따고 들어간다. 빈 신발에 가득 고여 있는 빈 집. 그 발이 보고 싶다…"

혼자 사는 시대, 서로 단절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자기 앞의 삶에 갇혀 허망한 외로움을 절감합니다. 혼자 앓고, 혼자를 견뎌내다, 혼자 떠나곤 합니다. 영국처럼 외로움 담당 장관 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가는 방향이 가족의 변화이든 해체이든, 그럴수록 더 핏줄 사이 접촉과 애착이 소중합니다.

12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나 혼자 산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