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달빛의 정(情), 병상 나눔

등록 2020.03.05 21:47

수정 2020.03.05 21:54

그래도 봄은 오고 꽃은 핍니다. 양산 통도사 3백일흔살 홍매화가 만개했다가 벌써 져갑니다. 절집 늙은 매화 중에 가장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자장매입니다. 신안 하의도의 김대중 대통령 생가에도 이맘때면 홍매가 핍니다. 6년 전 새누리당 경북지역 의원들과 민주당 전남지역 의원들이 함께 심었습니다. 김 대통령의 상징 인동초처럼 추위를 이겨내고 꽃 피우는 매화를 고른 겁니다.

두 달 뒤엔 민주당 의원들이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갔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김대중"과 "민주당"을 외치며 맞이했고, 박 대통령이 좋아했던 이팝나무를 함께 심었습니다. 이팝꽃 같은 쌀밥을 국민이 배불리 먹게 하겠다던 소망과 의지가 담긴 나무지요. 2016년 광주에 폭설이 내리자 대구에서 제설차 일곱 대가 달려왔습니다. 예정보다 하루 더 사흘을 머물며 눈을 치웠고, 2년 뒤 눈이 쏟아진 광주에 또다시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대구의 코로나 환자 일곱 명이 광주로 옮겨져 전남대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지자체들이 분산수용을 머뭇거리는 사이, 광주시와 시민들이 자청한 첫 병상 나눔입니다. 병상이 없어 집에서 기다리는 대구 환자들에게 광주시는 코로나 병상 백아홉 개중 절반을 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전남 여성단체 회원들은 어제부터 '사랑의 도시락'을 매일 3백개씩 싸서 대구 경북에 보내고 있습니다. 첫날 도시락에는 여수 갓김치를 곁들였고 반찬을 바꿔가며 해남 겨울배추 김치도 싸줄 거라고 합니다. 대구 경북에 쏟아지는 온정 중에서도 유난히 따스한 광주의 손길 뒤에는 10년 전 맺은 '달빛동맹'이 있습니다.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머리글자를 딴 나눔과 도움의 끈입니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와 경주 지진, 여수 수산시장 화재 같은 우환마다 서 로를 부축했던 달빛의 정이 코로나의 재앙에서 더욱 빛납니다. 그 모습은 두 지역을 넘어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마음의 백신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진심이 오가며 쌓이노라면 해묵은 마음의 벽도 녹아내리기 마련입니다. 이팝꽃과 홍매화처럼 아름다운 동서 화합의 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립니다.

3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달빛의 정(情), 병상 나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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