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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느 확진 주부의 편지

등록 2020.03.20 21:48

수정 2020.03.20 21:56

봄이면 삶의 욕망이 계절병처럼 도집니다. 달뜬 봄이어서 더 심란한 봄을, 시인은 과수원 노인의 한숨으로 그려냅니다.

"꽃은 피고 인자 우예 사꼬. 능금꽃 아찔하게 피어 있는, 그 풍경 바라보며 비명을 치는 노파. 어깨 한쪽 맥없이 문설주로 무너진다."

시인에게 봄은 돌림병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수댁의 아픈 신음인 듯, 봄밤의 대지엔 열병 앓는 아지랑이, 몸살하는 철쭉… 노오란 해 솟으면 우리네 산하에 봄 소동 나겠네."

섬진강은 봄이 상륙하는 길목입니다. 폭죽 터지듯 봄꽃이 연달아 터집니다. 광양 매화가 알싸한 향기 내뿜더니, 구례 산수유가 샛노랗게 흐드러졌습니다. 하동 쌍계사 십리길은 이제 곧 벚꽃에 뒤덮이고, 섬진강 양쪽 길에도 벚꽃 비가 내릴 겁니다. 순천 선암사 6백살 노매가 하얀 백매를 틔우면, 그 기운 백리를 날아 구례 화엄사 진홍빛 흑매를 깨웁니다. 올봄 이른 꽃 소식이 들려와도 사람들 마음은 좀처럼 깨어나지 못합니다. 바깥 걸음을 삼가느라 꽃놀이 갈 엄두를 못 냅니다. 봄꽃 명소들은 다들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플래카드를 내걸었습니다. 꽃이 피어도 오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볕보다 그늘이 짙게 드리운 이 봄, 인터넷에 올라온 경기도 어느 코로나 확진자의 글에 저는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직장 동료에게 감염된 남편에게 다시 옮아 음압 병동에 격리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부부와 가장 가까이 붙어 지낸 아이들이 음성임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친정 엄마가 돌봐주실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의 유치원에 내가 확진자라고 밝혔음에도 따뜻하게 응원해준 엄마들에게 감사합니다. 어디가 불편하지 않은지 매번 자상하게 챙겨주는 의료진에 감사합니다. 택배를 받지 않는 병원이지만, 읽을 책을 보내주겠다는 친구들 마음에 감사합니다…"

글은 이렇게 맺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살아날 겁니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겁니다. 힘내라 대구 경북! 힘내라 대한민국!"

봄은, 살아 있다는 기쁨과 살아가야 한다는 슬픔을 함께 뿌리며 옵니다. 올봄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봄은 감사와 기쁨과 축복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3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어느 확진 주부의 편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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