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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노모의 한(恨)'

등록 2020.03.28 19:45

수정 2020.03.28 19:55

백파이프의 연주가 울려퍼지고, 제복을 입은 퇴역 군인들은 거수 경례로, 오토바이 수십 대는 운구 행렬을 호위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합니다.

지난해, 6.25 참전 용사 퍼킨스 씨의 성대했던 장례식입니다. 그러나 하루 전만해도 유족이 건강 문제로 올 수 없게 돼 쓸쓸한 장례식이 될 상황이었습니다.

묘지 측이 이런 사연을 전하며 "주민 여러분이 상주가 돼 달라"는 글을 올렸고, 미국 전역에서 고인과 일면식도 없던 수 천명이 한달음에 달려온 겁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한 미국의 예우는 언제 들어도 부럽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북한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들의 유족 가슴은 응어리져 있습니다.

윤청자 / 故 민평기 상사 모친
"대통령님,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문재인 대통령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 아닙니까."

윤청자 / 故 민평기 상사 모친
"여태까지 북한 소행이라고 진실로 해본 일이 없어요.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

10년이 되도록 가시지 않는 응어리가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의 말문을 열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천안함 폭침은 미제 사건이라는 등 여전히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 표현했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석했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한 탓인지 기념사에선 북한을 향한 직접적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모의 한을 풀어달라는 호소가 더 구슬프게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애국의 가치가 국민의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행여나 대통령이 생각하는 애국과 국민이 생각하는 애국이 다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유족 가슴에 한이 맺히질 않기를, 바래봅니다.

저희도 순국 장병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노모의 한(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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