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난파선 통합당

등록 2020.04.21 21:47

비좁은 뗏목에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킨 채 풍랑에 요동칩니다. 역동적 구도와 강렬한 명암으로 눈을 사로잡는 걸작 '메두사호의 뗏목' 입니다. 19세기 초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가 난파하자 선원들이 뗏목을 엮어 표류했던 사건을 그렸지요.

열이틀을 떠다니는 동안 뗏목은 질병과 죽음, 폭동과 광기, 굶주림과 식인의 생지옥이었습니다. 열에 하나만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으며 버텼습니다.
비인간, 비윤리의 엽기적 참상은 예나 지금이나 관람객을 충격에 빠뜨립니다.

정치를 배와 항해에 빗대는 명언이 적지 않습니다만 처칠의 위트 넘치는 비유에 이런 게 있습니다.

"정당은 곧 콜럼버스다…"

둘 다 "출발하면서도 어디로 가는 줄 몰랐고, 가서도 거기가 어딘지 몰랐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남의 돈으로 했다"는 겁니다.

콜럼버스는 그래도 신대륙 발견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통합당은 어쩌다 이렇게 참패했는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듯합니다. 배에 물이 새는 곳은 어딘지, 그 수리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 지, 새로운 선장은 어디서 모셔 와야 할 지, 이러다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어 질지도 모를 판인데 중구난방에 우왕좌왕,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입니다.

반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은 벌써 열 명에 이릅니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한 자리 차지하려는 자리다툼'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비대위원장 추대가 거론되는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마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했겠습니까.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선거조작 음모론 역시 애처롭게 느껴질 뿐입니다.

아무리 선거 결과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참패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 책임을 안에서 찾을 때가 됐습니다. 난파선 위에서 언제까지 남 탓만 하고 있을 겁니까? 보수 원로들이 모인 국민통합연대가 "당을 자진 해산하고 중도실용 정당으로 거듭나라"고 촉구한 것도 그래서 결코 과하게 들리지가 않습니다.

수레는 두 바퀴로 구르고 새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국가운영 역시 세력간 힘의 균형이 현격하게 무너지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합당이 내부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해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허용한다면 국민들은 이번 선거보다 더 가혹한 책임을 물을 겁니다.

4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난파선 통합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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