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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기억과 진실

등록 2020.05.12 21:47

수정 2020.05.12 22:11

고전이 된 SF영화 '토탈 리콜'의 화두는 기억입니다. '리콜'이라는 회사가 파는 상품이 바로 기억이지요. 이를테면 우주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다녀온 것처럼 기억을 조작해 고객의 뇌에 심어줍니다. 좋은 기억만 지니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를 겨냥한 것이지요.

거꾸로 시인은 망각을 말합니다.

"가장 귀한 걸로 한 가지만 간직하겠소. 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꽃샘에 노을 질, 그 황홀될 시간만 새김질하며…"

"노인에게 괴로운 것은 육체의 쇠약함이 아니라 기억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 이라고 합니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 이라는 명언도 있지요. 하지만 살며 짊어진 끔찍한 고통과 슬픔을 애써 되살려내 세상에 드러낸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입니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꼭 기억해주세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슬픈 역사를…"

정의기억연대도 단체 이름에 내세우는, '기억'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뿌리가, 그러나 다툼과 수난의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선언에 대해 정의연과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가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됐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런지 판단하는 방법은 딱 하나,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의 진실을 따져보는 것뿐입니다.

먼저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입니다. 정의연은 회계절차가 투명하다면서도 자세한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왜 정의연에 기부를 했는지 그 뜻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떳떳하다면 공개 못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겁니다.

"기업에게는 왜 공개하라고 않느냐"고도 했지만 기업은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에게도 요구하지 않는 걸 왜 우리에게 라고 항변하는 정의연 간부의 말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윤미향 전 대표가 한일 위안부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알았느냐의 논란입니다. 윤당선인은 부인합니다만 이용수 할머니는 미리 알고도 할머니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정부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종용했다"는 다른 할머니 증언도 나왔습니다. 할머니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안부 해결 제1 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문제지만 단순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답은 가까운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내는 일은 정의연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 근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진통이 따르고 때로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밝힐 것은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역사를 무겁게 아는 자세일 겁니다.

5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기억과 진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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