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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21대부터 사라진 '국회의원 전용' 목욕탕

등록 2020.06.09 13:59

수정 2020.06.09 14:02

[취재후 Talk] 21대부터 사라진 '국회의원 전용' 목욕탕

/ 연합뉴스

국회에는 '금배지'가 있어야만 출입 가능한 공간이 있습니다. 국회의원회관 지하 1층에 있는 의원 전용 목욕탕이 대표적이지요.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어 여야 가릴 것 없이 하루 의정활동 준비를 이곳에서 하는 의원들도 많습니다.

'탈의'를 해야 하는 공간이어서 일까요. 여기에서 만큼은 여야 간에도 진영 논리를 떠나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하다고하네요. 어느 전직 의원이 "목욕탕 안에서는 서로 흉금 없이 말을 많이 하니 국회에선 '목욕탕 여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겠죠.

'목욕당'(沐浴黨)이 창당 된 적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목욕을 즐기는 여야 의원 47명이 참여했는데, "과거엔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도 밤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나라 걱정을 했던 낭만이 있었다"고 창당 취지를 밝혔습니다. 여야가 싸우지만 말고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하자는 의미였습니다. 21대 국회 첫 수장이 된 박병석 국회의장이 당시 '냉온탕 교류위원장'을 맡았었죠.

그런데 21대 국회부턴 이곳에 '의원 전용' 수식어를 붙일 수 없게 됐습니다. 장관에게도 이용을 허가해줬다니 말입니다. 지난 국회에서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던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부장관 등 일부 여성 국무위원들이 대상입니다. 21대 국회 개원 전 이들 출입을 계속 허용하자는 동의서까지 돌았다고 하네요.

여야 격 없는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니, 피감기관장과도 업무 소통을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였을까요. 그럼에도 국회의 이런 '배려'가 곱지 않게 보입니다. 헌법 제61조는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로부터 예산안을 제출받고 제대로 썼는지 심의하도록 합니다. 국회 존재 이유가 '행정부 감시'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역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조건 통과한다는, '프리패스' 공식이 있죠. '의원불패'라고도 불리는 관행입니다. 2000년 인사청문제도 도입 후 현역 의원 출신이 낙마한 경우가 한 차례도 없어서 생긴 말입니다. 의원 전용 시설 문턱까지 낮아졌으니 이제 격 없이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아지겠네요. 그런데 이건 아셨으면 합니다. 국민이 '의원 전용'이란 공간을 허용한 건 어디까지나 국회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하라는 의미라는 것을요. / 황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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