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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

등록 2020.06.22 21:51

수정 2020.06.22 21:56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조용필이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헤밍웨이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소설은 이렇게 작합니다.

"킬리만자로 서쪽 봉우리에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주검이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소설에서 표범은 꿈과 이상을 상징합니다. 평양에 있는 북한 국보, 김홍도의 '표피도' 입니다. 무려 만 번이 넘는 붓질로 표범의 터럭을 일일이 그렸습니다. 표범은 철 따라 털갈이를 하면서 부스스하던 가죽이 아름다운 꽃무늬로 탈바꿈합니다. 그렇게 표범이 변하듯, 군자가 지난날 허물을 고쳐 언행을 가다듬는 것을 표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말과 소신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딴사람같이 돌변한다는 뜻으로 쓰이곤 하지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해 임명될 때, 굶어 얼어죽을 각오로 산정 높이 올라가는, 표범 같은 검사로 칭송 받았습니다.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를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찬사를 쏟아낸 여당 의원 중에는 설훈 최고위원도 있었습니다.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 아닙니다…"

그런데 엊그제는 이렇게 표변했습니다.

"제가 윤석열이라고 하면요, 벌써 그만뒀어요."

권력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라더니, 이젠 눈치껏 그만두랍니다. 한 사람이 하는 두 말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검찰총장 임기 2년을 법으로 보장한 것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일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총선 압승 직후부터 여권에서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윤석열"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게 윤석열 물러나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여권 인사도 있습니다. 뭔가 두려운 게 없다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를 도무지 찾기 어렵습니다.

권력의 노골적인 윤석열 쫓아내기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통령의 침묵은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를 묵인한다는 뜻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검찰총장을 흔드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흔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침묵하는 이유가 다만 궁금할 따름입니다.

6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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