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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천박한 서울, 초라한 부산

등록 2020.07.27 21:51

어제 이른 아침, 서울 한강 위에 펼쳐진 하늘입니다.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틈새에 열어 보인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습니다. 햇살은 눅눅한 마음을 보송보송 말려주고, 공기는 맑다 못해 달콤했습니다. 이런 서울 하늘을 보며 시인은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흐를 것 같다'고 했지요.

"한 이틀 비 내리더니, 세상의 모든 먼지 씻기고, 투명한 바람. 서울에서 개성의 송악이 보인다…."

한강은, 코로나에 짓눌린 시민들이 모처럼 숨 한번 크게 내쉬는 곳입니다. 숲과 녹지 사이를 걷고 뛰고 자전거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서울 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도심 공원 하면 흔히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말하지만 사실 도시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한강 공원 만한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강을 배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죽 설명해야" 된답니다.

"저기는 단가가 얼마, 저기는 몇 평짜리,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되는 거거든요…"

민주당은 이 대표 발언이 "서울 집값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인데, 마치 서울을 폄훼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또 언론 탓을 했습니다. 지난 총선 직후 어느 친여 인사가 통합당이 당선된 송파구의 주민들을 "천박한 유권자"라고 폄훼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 대표는 세종시에서 '천박한 서울'을 말하면서 "개헌을 하면 행정수도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위헌 판결을 내렸던 헌법재판관들은 다 바뀌었으니까 "헌재 결정을 새로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지요.

지금 헌재 재판관 아홉 명 중 여섯 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거나 민주당이 추천했습니다. 자신들이 임명한 사람이 다수이니 결정도 여권의 뜻대로 할 거란 오만함의 극치입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당 의원이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특정 지역 폄훼 발언을 했을 때 여당이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일제히 들고 일어난 기억도 다시 떠오릅니다.

그런데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제 한 달 뒤면 은퇴할 분의 발언인 만큼 너무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편리한 논법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생거진천 사거용인'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 진천, 죽어 용인'이라는, 지역의 자부심이 밴 표현이지요. 그런데 이 대표는 "초라한 부산"에 이어 "천박한 서울"을 말해 대한민국 양대 도시 시민의 자부심을 흔들었습니다.

7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천박한 서울, 초라한 부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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