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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

등록 2020.08.01 19:45

중국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인 아Q는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이를테면 동네 사람에게 심하게 얻어맞고도 억울해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아들에게 맞은 셈 치는 건데요, 아들뻘 되는 사람과는 싸울 필요가 없으니 내가 맞긴 했지만 나는 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작가 루쉰은 이걸 '정신승리법'으로 불렀습니다. 자신이 당한 수모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데서 이유를 찾으며 합리화하는 거죠.

이러한 아Q와 비슷한 모습이 요즘 우리 여권에서도 엿보입니다. 임대차 2법 처리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혼란이 이어지자, 화살을 언론과 전정부 탓으로 돌렸습니다.

김태년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7월 31일)
"(민주당과 정부가 준비한)부동산 관련법 통과이후 각종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는 침소봉대하는 과장뉴스도 포함돼 있고.."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6월 26일, MBC라디오'김종배의시선집중')
"(박근혜)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저희가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죠"

책임 전가의 화살이 전 정권을 넘어, 박정희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죠 추미애 장관은 부동산 폭등이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이기 때문'이고 이것은 '박정희 시대 이래 택지개발을 하면서 만들어진 체제'라고 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이 좁은 땅에 터를 잡은 탓'이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옵니다.

집권 4년 차,, 정부 정책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는데 부족한 시간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자꾸 과거에서 문제를 찾는다면 책임 회피에 불과합니다.

1990년대, 차량 뒷유리에 붙였던 이 스티커 기억하십니까, 김수환 추기경이 남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시작한 '내 탓이오' 운동이었습니다.

내 잘못을 고백하기는 참 어렵고 남 탓하기는 편하고 쉽습니다.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과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가 남 탓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나라는 누가 책임지나요.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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