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인사가 만사?

등록 2020.08.10 21:52

수정 2020.08.10 22:02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민요에 나오는 이 네 이름은 사냥 매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매의 꽁지에 사냥꾼이 달아둔 이름표는 시치미라고 합니다. 주인 잃은 매를 잡으면 돌려달라는 뜻이지만 매가 탐난 사람은 시치미를 떼고 자기 이름을 달기도 했지요. 뻔한 일을 능청맞게 모른 체하거나, 못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행세한다는 말 '시치미를 떼다'가 거기서 나왔습니다.

좋은 반죽은 잘 치대서 차지고 윤기가 납니다. 그래서 '반죽이 좋다'고 하면 유들유들 수치를 모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시치미를 떼고 반죽이 좋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독재시대의 암울한 풍경을 은유한 시입니다만 지금도 안개 속에 갇힌 듯 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 사단이라는 말과, 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신지역을 고루 안배했다"고도 했습니다.

이 말이 맞는 말인지 어디 잠깐 들여다볼까요. 검찰총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검사에 추 장관 참모 역할을 해온 검찰국장을 앉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헛발질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검·언유착 수사 관련 간부들이 대검의 수사 요직에 발탁됐습니다.

출신 지역을 고루 안배했다는 대목에서는 기가 막힙니다. 이른바 검찰 4대 요직을 모두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웠는데 추 장관이 말하는 지역 안배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검찰 요직의 지역 안배는 단순한 관행이 아닙니다. 민감한 수사의 방향을 결정할 때 서로 견제하고 균형 잡힌 결정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검찰 내에 새롭게 등장한 사단 이름을 듣지 못한 듯 추 장관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을 갖다 쓴 겁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 인사를 비판하며 "이 나라 위선의 지존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꿩 잡겠다고 온통 하늘 가득 풀어놓은 매에 시치미가 없는 세상입니다.

8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인사가 만사?'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