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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미숙한 통합당

등록 2020.08.23 19:44

수정 2020.08.23 20:31

김대업 (2002년 8월)
"102보충대 춘천병원 관련자에게 청탁이 이뤄져서 면제를 받은 것입니다"

2002년 김대업의 이 한마디는 대선판도를 바꿔놨습니다. 김대업은 이 거짓주장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선은 이미 끝난 뒤였지요.

김대업에 편승해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말했고,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이회창 전 대표는 그 때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2017년 회고록
"얼마나 미숙하고 어리석었던가. 잠시 시끄럽겠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 미숙한 대응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으니 본인과 한나라당으로선 참 뼈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요즘 코로나 정국에서 통합당의 행보를 보면 그 때의 미숙함이 떠오릅니다. 열흘 전 지지율을 뒤집었다고 표정관리하던 통합당으로선 전광훈 목사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한 게 내내 아쉬울 겁니다.

통합당의 패착은 "무관하다" 이 네 글자에서 출발했습니다.

김종인 / 비대위원장(8월 11일)
"당원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 할 수 있는 거지 당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한다, 참여하지 않는다, 하는 건..."

"무관하다"가 아니라 "가지마라" 였다면 여당의 공격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진 않았을 겁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광화문집회의 책임을 부인하는"

김태년 / 민주당 원내대표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박광온 / 민주당 최고위원
"미래통합당과 한 몸으로 활동해온"

조정식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미래통합당은 누구보다 큰 자양분을 제공했고"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였습니다.

지금 통합당은 아스팔트 우파세력까지 우군으로 두겠다는 정치적 계산의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세자리수로 증가하는 시점에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쿠폰까지 뿌린 정부를 방역실패로 지적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통합당의 정부 비판에는 힘이 크게 실리지 않습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지요. 이제와서 "전 목사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해봐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아닐까요. 극단주의에 발을 걸치고 호남을 향해 무릎을 꿇은들 진정성 있게 비쳐질 지도 의문입니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는 제궤의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 길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어떤 게 개미구멍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그 미숙함에 중도층은 다시 마음 둘데 없이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미숙한 통합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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