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추석, 그리움 고마움

등록 2020.10.01 19:49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나훈아의 '고향 역'이 탄생한 전북 익산 황등역에는 지금도 코스모스가 나부낍니다. 작곡가 임종수씨가 중학생 때 통학열차를 타던 황등역을 생각하며 곡과 가사를 쓴 데뷔 곡이 '고향 역'이지요.

2절에서 그는, 떠나 살던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얼싸안고 바라보았네. 멀어진 나의 고향역"

KTX 개통 1호 열차를 몰았던 손민두씨는 지난 35년 명절을 기관실에서 보냈습니다. 그 숱한 명절 중에서도 초년 기관사 시절, 호남선 어느 시골역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역으로 들어오지 못한 부모들이 철길 옆 언덕에 서서 서울로 돌아가는 자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간절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떠나는 열차를 바라보던지,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놀랍게 좋아졌다 해도, 버선발로 달려나가 얼싸안고, 애틋하게 떠나보내는 명절 풍경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 추석 고향 마을에는 부모님만 적적하게 지키는 집이 많습니다.

"와 눈물이 핑 도노. 예전 같지 않고… 코로나 때문에 이렇다."

자식들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막상 자식 손주 없는 명절을 지내려니 가슴속이 텅 빈 듯 쓸쓸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고향에 가 뵙지 못한 자식들도 그런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 없겠지요.

그래도, 결핍의 코로나 시대에도, 한가위 보름달은 떴습니다. 하늘이 청명하진 않아도 구름 사이로 볼 수 있다니까 한번 내다보시지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지금 지닌 것의 소중함은, 그것이 멀어진 뒤에 더욱더 절절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립고 고마운 부모님이 계시고, 건강하고 화목한 자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보름달은 풍요롭습니다. 시인의 이, 달 노래처럼 말입니다.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10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추석, 그리움 고마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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