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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확진자 3명 한방에 몰아넣더니…"방 남는다"며 병실 줄인 서울시

등록 2020.10.17 11:00

수정 2020.11.13 10:45

■ '2인 1실' 넘은 'n인 1실'

“빈 방이 널렸는데 확진자 3명을 한 방에 넣은 게 말이 되나요?”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중구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0대 남성 A씨의 말입니다. A씨는 입소 당일 다른 확진자와 함께 한 방에 배정됐습니다. 2명이 한 방을 쓰게 된 것이지요.

A씨는 “확진자 2명이 한 방을 쓰는 게 찝찝했던 건 사실이다”고 했지만, 여기까진 규정 위반은 아니었습니다. 방역당국은 지난 8월 18일 생활치료센터 입소기준을 ‘1인 1실’에서 ‘2인 1실’로 바꿨습니다.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수도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제는 A씨의 방이 ‘2인 1실’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나흘 뒤 다른 확진자 한 명이 A씨의 방에 또 들어온 겁니다. A씨는 “20개 방 중에 16개 방이 비었는데, 확진자 3명을 한 방에 몰아넣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며 “거리두기는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입소한 7일, 생활치료센터의 118개 병상 중 22개만 사용 중이고 나머지 96개는 가용병상이었습니다. 충분히 ‘2인 1실’이 가능한데도 당국은 확진자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겁니다.

서울시에 ‘3인 1실’이 된 경위를 물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언제 확진자가 늘어날지 몰라 빈 방을 유지해야하고, 경증의 경우 3명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쉽게 말해 확진자 급증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실을 아껴 쓰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우린 규정대로 한 거예요.”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주장, 대체 근거는 뭘까요. 방역당국의 모호한 원칙에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2인 1실을 원칙으로 하되, 시설 특성상 다인실 운영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시설 특성상’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여러 명을 한 방에 수용해도 된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시설 특성상’이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운영주체인 지자체나 지침을 만든 방역당국에 물어도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도 “‘시설 특성상’이라는 기준이 모호한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두 명 넘게 수용이 가능한 방은 3인 이상 수용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가피하게 2인을 넘겨 수용하는 게 아니라 방이 크고 여유가 되면 3인실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2인 이상 수용 가능한 방의 면적 기준 같은 것은 물론 존재하지 않습니다.

■ 확진자 급증 대비용이라더니…병실 52% 없애버린 서울시

‘3인 1실’에 대한 서울시의 설명은 ‘확진자 급증 대비용’ 병실을 남겨둔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필요할지 모를 빈 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서울시가 어제(16일)부터 서울시내 7개 생활치료센터를 2개소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1400여개 병상을 절반 이하인 680여개로 대폭 줄인 조치이지요. 빈 방이 너무 많고,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게 이유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확진자들에겐 빈 방을 남겨둬야 한다면서 얼마 안 가 빈 방을 없애버린 겁니다. 서울시는 중대본 회의 결과에 따라 운영 축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전국의 생활치료센터는 총 39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300여명이 입소해 가동률은 7.7% 수준이라며 축소 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론 확진자도 없는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과 관리 당직자 등을 그대로 두는 건 오히려 세금 낭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 운영을 중단하는 게 나을 만큼 남아도는 빈 방이 많았다면, 분산 수용을 요구하는 확진자들에게 서울시가“환자 급증용 대비…”라는 설명은 하지 말았어야했던 게 아닐까요. 3명을 한 방에 몰아넣는 식으로 운영하면서 빈 방이 많아 없앤다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3인 1실의 안전성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 호흡기내과 교수는 “두 명, 세 명이 한 방을 쓸 경우 증상이 경미한 사람이 증상이 악화된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회복이 더딜 수 있고 더 악화될 수도 있다”며 “방이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1인실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의 다인실 운영 방침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모호합니다. 빈 방을 두고도 상황에 따라 확진자 여러 명이 한 방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확진자 급증 대비용”이라던 방역당국의 설명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감염병 관리를 두고 시설 운영비용을 아끼려는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 황병준 기자 (영상제공: A씨 / 서울 중구 생활치료센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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