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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독감보다 백신이 무서워

등록 2020.10.22 21:57

'천의 얼굴'로 불리는 배우, 짐 캐리는 얼굴 근육을 고무처럼 움직여 온갖 표정을 구사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 그런 짐 캐리가 심각한 얼굴로 군중 앞에 섰습니다.

"백신은 좋은 점이 많지만… 생후 몇 년 사이 맞는 백신 36종은 너무 많습니다…” 

여자친구 아들의 자폐증이 백신 탓일 수 있다며 접종 줄이기 운동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백신의 자폐증 유발설은 의학계가 괴담으로 판명한 지 오래입니다. 5년 전 미국에 홍역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자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백신을 맞아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맞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난 2백년, 백신에는 늘 불신이 따라다녔습니다. 종교나 자유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 뒤엔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약 안 쓰고 아이를 키우자'는 온라인 육아모임이 활동하다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백신 불안이 불안을 넘어 공포증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가 속출하면서 병원 접종 창구가 한산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상온 유통 사건으로 쌓여 있던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보통사람의 인지상정일 겁니다.

거기에다 코로나와 독감이 함께 유행할지 모르는 트윈데믹 걱정에 안 맞기도 불안해서 다들 당국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없고, 백신과 사망사례의 직접 연관성이 적어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유통문제 이후 백신 안전에 민감해지면서 이상 보고 건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죽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맞으라는 말 또한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막연한 불신이 문제라면 그 불신과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것 역시 방역 당국이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진정한 실력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벌써 한 해 가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는 점 이해합니다. 그 노고를 치하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코로나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고 자칫하며 온 국민이 함께 쌓아 올린 방역 둑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감염병보다 무서운 백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많은 사람이 독감보다 백신을 두려워하는 현실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불신이 번지는 것 역시 감염병이 번지는 것 못지않게 무서운 일일 겁니다.

10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독감보다 백신이 무서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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