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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는 누구인가

등록 2020.11.29 19:45

수정 2020.11.29 20:12

"나, 비텐베르크 의사 존 파우스트, 이 선물들에 의해 루시퍼와 메피스토필리스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말해봐 파우스트 이걸 정말 전달할까?"
"받아, 그럼 악마가 좋은 걸 줄꺼야"

영화와 오페라로도 수십차례 각색된 소설 파우스트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전 생애를 바쳐 집필한 근대문학의 걸작입니다. 소설 속 파우스트 박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 대가로, 젊음과 쾌락을 탐닉하게 되죠. 인간의 마지막 보루는 바로 영혼입니다. 그래서 영혼을 판다는 건 욕망을 위해 인간다움 자체를 소멸시키는 섬뜩한 일입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을 두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에 비유했습니다.

윤호중 / 민주당 의원 (지난 달 26일)
"정치검찰의 수장으로서 검찰정치를 직접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아시는 것처럼 여권에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석열 총장만큼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죠.

이인영 / 관훈클럽토론회
"윤석열 후보자가 자신이 가진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런 이야기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홍익표 / 당시 수석대변인
"윤 지명자는 검찰 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

백혜련
"소신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해왔던 것들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될수 있는"

추 장관은 직무정지의 근거로 여섯 가지 이유를 댔지만, 변협과 참여연대도 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우스트 논란은 정권에 충성하는 일부 검찰 간부를 두고도 불거졌습니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놓고 권력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농단"이라고 주장했던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그는 추미애 사단으로 불리는 검찰 간부들을 향해 "영혼을 팔아넘긴 파우스트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대다수 평검사는 물론 검사장들과 고검장까지 윤석열 찍어내기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권에 협조해 권력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걸 악마와의 거래로 본 겁니다.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악마와 거래했는 지, 아니면 일부 검찰 간부를 앞세워 권력비리를 감추려는 일부 여권인사들이 영혼을 판 건지는 역사가 가려낼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 법학자와 검찰개혁을 논하다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보학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2017년 1월)
"집권하고 나면 또 생각이 달라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떤 악마의 유혹 절대 이런 유혹에 빠지시면 안되고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 (2017년 1월)
"험난한 과정이겠지만 그러나 제가 타협하지 않고 해내겠다…"

다시 소설 파우스트로 돌아가 보죠. 파우스트는 사랑하는 사람과 두 눈까지 잃고 나서야, '영혼 없는 삶'이 허상임을 깨닫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죠.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만한 가치가 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는 누구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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