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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북한의 도발가능성과 외교부 패싱 논란

등록 2020.12.10 17:45

수정 2020.12.11 10:42

[취재후 Talk] 북한의 도발가능성과 외교부 패싱 논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조선일보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어제 자신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강경화 외교 장관이 북한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한 말에 대해 '망언'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성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여정, 강경화 장관 발언에 "두고두고 기억할 것"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며칠전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행각중에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 앞뒤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랭기를 불어오고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여야 할 것이다.

김여정이 우리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담화문을 낸지 6개월만에 또 다시 포문을 연 것입니다.

김여정이 이렇게 발끈한 것은 강경화 외교 장관이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 말 때문입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 도전(코로나)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 본다. 더 폐쇄적이고, 매우 토론이 적은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으로 코로나에 대응한다. 그들(북한)이 여전히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건 믿기 힘들다. 코로나 통제에 정말 집중하고 있면서도 (확진자가) 없다는 건 좀 이상한 상황이다.”

김여정은 지난 6월에는 담화를 내고나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이번에는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며 의미 심장한 말을 꺼냈습니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북한이 전략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도발 명분 쌓기'의 일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전략 도발을 막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얼마전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오랜만에 백브리핑을 하면서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게 확률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길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비건 북한 특별 대표의 후임을 빨리 선정해서 북한에 ‘대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나름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미국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정권 교체기인만큼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할텐데, 우리 입장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첫 번째는 트럼프가 중단시킨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 여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생각과 과연 우리 정부는 미국을 대신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바이든 캠프가 몇몇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북한의 도발 자제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을 꺼냈습니다.(나름의 근거가 있어서 꺼낸 말이었습니다.) 그 얘길 들은 고위 관계자는 함께 동석한 부하직원과 잠시 귓속말을 나누더니 ‘금시 초문’이라는 듯, 웃음을 지으며 최근 미국에 가서 우리 외교부가 북한에 도발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별다른 소릴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더군요. 외교부 차원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도발 자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문득 박지원 국정원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강경화 장관이 모 매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강 장관은 “외교부로서는 충분히 협의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변을 했고, 외교부 패싱 논란이 일었습니다.

바이든 캠프가 이미 일부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했는데도, 외교부가 몰랐다면 이 또한 외교부 패싱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도발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이미 바이든 캠프의 메시지 내용을 알면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부처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 임기말에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들 합니다. 지금이라도 외교부가 바이든 캠프에서 우리 정부측에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지 파악해 보고, 그런 사실이 있다면 ‘웃음’으로 웃고 넘길 것이 아니라 왜 자꾸 외교부만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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