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대로 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수의 힘으로 중단시키고 있는데 4년 전,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필리버스터를 "의회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야당 최후의 보루"라고 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야당이 4년 전 여당일 때는 어땠을까요?
오늘의 포커스는 '내로남불' 필리버스터에 맞췄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낮 시작해 다음날 새벽까지 쉼없이 발언을 이어갔던 윤희숙 의원.
윤희숙 / 국민의힘 의원 (지난 12일)
"그 데드라인 지키기 위해서 야당의 목소리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기립 표결을 밥 먹듯이 하고, 상임위에서. 어느 나라 입법부가 이렇습니까?"
12시간 47분, 국내 필리버스터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우고 내려왔습니다. 여당에선 비아냥이 쏟아졌죠.
김경협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2일)
"홍보용 기록 세우기와 정치공세를 우선시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충격이었습니다. 신기록을 수립한 윤희숙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 몇 년 전엔 반대쪽에서 나왔습니다.
이철우/ 당시 새누리당 의원 (지난 2016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서로 10시간을 한다느니, 시간 경쟁을 하는지. 기록 경쟁을 해서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으려던 당시 야당,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섰을 때죠.
김광진, 은수미 등 당시 의원들이 잇따라 신기록을 세우자,
은수미 / 당시 민주당 의원 (지난 2016년)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오히려 김광진 의원님은 입술이 많이 탔다고 그러던데 저는 하여튼 온몸이 아프더라고요."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SNS에 "잘했다", "대단하다"며 격려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발언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강기정 / 당시 민주당 의원 (2016년 2월)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헌법 조문을 읊고,
최민희 / 당시 민주당 의원 (2016년 2월)
"제1장 총강 제1조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책과 판결문, 인터넷 댓글까지 읽으며 8일동안 필리버스터가 계속됐죠.
하지만 민주당 원내대표 이번엔 6일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김태년 / 민주당 원내대표 (오늘)
"오늘까지 총 6일째 무제한 토론입니다. 야당의 의사 표시는 이미 할 만큼 충분히 했습니다"
"의미 없는 책읽기 시간", "무제한 국력 낭비"라고도 했습니다.
4년 전 원내 대표의 말과 달라도 너무 다르죠.
이종걸 /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2016년 2월)
"과반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의회 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야당 최후의 보루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상황따라 입장도 달라지는 것. 정치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