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母는 '고독사', 발달장애 子는 '노숙'…5개월간 아무도 몰랐다

등록 2020.12.14 21:29

[앵커]
대한민국 복지가 진정 발전하고 있다면, 이런 뉴스를 전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됐습니다. 불과 1km 정도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노숙 중이던 발달장애 아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건데, 다섯 달 넘게, 두 모자는 우리 사회에서 방치돼 있었습니다.

윤재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루 8만 명이 오가는 서울 이수역.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가 노숙인 A씨를 처음 발견한 건 지난달 6일쯤이었습니다.

한 달 여 뒤인 지난 3일 다시 이수역을 찾은 정씨는 노숙인 A씨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추위에 부르튼 손은 까져있었고, 텅 빈 구걸함 앞엔 '엄마가 돌아가셨다. 도와달라'는 쪽지가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미경 / 사회복지사
"'우리 어머니가요. 절대로 고기잡이배 아들아 따라가면 안 된다. 아무리 도와준다고해도 아무 도움 받지 말아라'라고 하신걸 말씀하시면서."

발달장애를 앓는 A씨가 엄마의 사망 당시를 묘사하는 얘기도 듣게 됐습니다.

정미경
"엄마 갑자기 이렇게 하셨어요. 그리고 내 팔이 안 움직여 하시면서 숨을 이상하게 쉬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날 보니까 엄마가 숨을 안 쉬고…."

A씨와 함께 찾아간 집 안엔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는 경고문과 함께, 미납고지서만 잔뜩 붙어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A씨 어머니가 숨진 채 누워있었습니다.

국과수는 A시 어머니가 5달 전에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A씨 모자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지만, 구청과 주민센터 모두 코로나 비대면 행정에 이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자체는 뒤늦게 A씨에 대한 장애 등록과 함께 긴급복지 생계비 지급 등 A씨의 자립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TV조선 윤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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