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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등록 2021.02.15 21:47

수정 2021.02.15 21:54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의 혼돈과 방황을 그린 명화 '디어 헌터' 입니다.

"제발 집으로 와! 닉! 닉! 기억나?"

'디어 헌터'와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을 나눠 가진 '귀향' 역시 베트남전 후유증을 다뤘습니다.

베트남전의 악몽은 '야곱의 사다리'처럼 20년 넘게 이어집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여주인공 제니가 어릴 적 집에 돌팔매질을 해대다 흐느낍니다.

"아무리 돌을 던져도 마음이 안 풀릴 때가 있나 봐요…"

전쟁과 재난, 교통사고 가정폭력 아동학대 그리고 학교폭력까지, 끔찍한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면서 입는 정신적 상처와 혼돈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라고 하지요. 그 악몽 같은 기억이 수시로 되살아나면서 불안 불면 수치 공포 좌절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쌍둥이 여자배구 스타에 이어 남자 배구선수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터져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셉니다.

자매가 사과문을 냈다가 여론이 더 나빠지자, 배구협회가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구단은 무기한 출전 정지를 시켰습니다. 자매가 출연했던 TV 예능 프로그램들과 자동차 광고 영상도 모습을 감췄습니다.

남자배구 송명근 선수는 "피해자가 오랜 고통을 겪었듯, 평생 반성하고 사죄하며 살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사과문에서는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때 행동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처절하게 느낀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학폭 파문은 방송계 연예계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이돌 그룹 멤버, 유명 셰프의 아내에 이어 트롯 오디션에서 주목받은 가수 역시 방송에서 하차했습니다.

학교 폭력의 상처, 트라우마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뉘우침과 사죄,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쳐야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사과도 응징도 없이 유명인이 돼, 방송에서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피해자 마음이 어떨까요.

상처가 더욱 아프게 도지고 '세상이 이렇게나 불공평하다'는 좌절이 깊어지지 않을까요.

철없을 적 일이라 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두 발 뻗고 잘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새삼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끝나면 언젠가 또 같은 일의 반복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어떤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2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그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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