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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4번 포착됐는데…'노크'·'철책' 이어 '배수로 귀순'

등록 2021.02.17 16:08

수정 2021.02.17 16:11

CCTV에 4번 포착됐는데…'노크'·'철책' 이어 '배수로 귀순'

동해안 철책. / 조선일보DB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16일 귀순한 북한 남성 A씨가 폐쇄회로 화면(CCTV)에 4차례 포착되는 동안 군이 까맣게 모르고 지나갔던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군 관계자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국회 국방위원회)에 17일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A씨가 16일 오전 통일전망대 해안가에 최초 상륙한 이후 CCTV에 총 4차례 포착됐지만, 관할 부대인 육군 22사단은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작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군이 최첨단 장비로 경계 시스템을 마련해놓고도 거동수상자 포착 기회를 네 번이나 놓친 셈인데, 발견도 실시간이 아닌 CCTV를 '리플레이'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북한 남성의 해안 상륙 이후에 감시장비에 몇 차례 식별 되었지만 해당 부대는 적당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해안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되었다고 평가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엄청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의 합동조사 결과, 북한에서 3~4시간 가량 헤엄쳐 남쪽으로 내려온 A씨는 16일 자정에서 오전 1시 사이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착 지점 부근에서 A씨가 입고 온 '머구리(어민의 해산물 채취용 간이 방수복) 외투'와 오리발이 발견됐다.

이후 A씨는 해안가 철책 아래의 배수구를 통과했다. 군 관계자는 "배수로 차단시설이 훼손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은 배수로 차단시설이 철창인지, 언제 설치된 시설인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경계시스템이 한 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이후 7번 국도를 따라 5km 가량 남쪽으로 걸어 내려왔다. A씨가 제진검문소 일대를 걷는 모습이 CCTV에 오전 4시 20분쯤 찍혔고, 이때 A씨를 최초 인지한 군이 수색작전을 벌여 3시간 뒤인 오전 7시 20분 야외에서 낙엽을 덮은 채 잠들어 있던 A씨 신병을 확보했다.

군은 육군 22사단에서 합동 심문을 진행했고, 20대 초반 남성 A씨는 1차 진술에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고, 북한에서 왔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후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보당국이 A씨를 대상으로 추가 조사와 신원 확인을 벌일 예정이다. /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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