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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서글픈 1호 접종 논란

등록 2021.02.23 21:49

수정 2021.02.23 21:55

서울 망우리공원, 지석영 묘소 입구 비석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먼저 실험해 보아야, 안심하고 쓸 수 있지 않겠느냐"

지석영은 종두법을 배우고 나서 시험해볼 곳이 없었습니다. 장가는 들었지만 자식이 없을 때였고, 남의 자식은 부모가 허락할 리 없었지요. 그는 두 살 난 처남을 떠올렸고 장인은 펄펄 뛰었습니다. 그는 "사위를 믿지 않는 처갓집에 있을 수 없다"며 떠나는 시늉까지 하며 허락을 얻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아들에게 접종한 뒤 본격 보급에 나섰습니다. 북미에서 첫 천연두 백신을 맞은 아이도 의사의 아들이었습니다.

백신 공포가 워낙 커서 보스턴시가 접종금지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의사 보일스턴의 아들이 완쾌되면서 물꼬가 트였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시는 모든 국민들은 누구가 되든 실험대상이 아닙니다.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실험대상이냐"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 발언에 대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답변입니다. '대통령 1호 접종'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부담스러울 텐데도 정 청장이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실험대상'이라는 거친 표현이 백신 불신을 부추기기 때문이겠지요.

대통령은 이미 신년회견에서 솔선수범을 말했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호 접종에 나서고,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 엘리자베스 여왕,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깨를 걷어붙이면서 지도자의 접종이 세계의 이목을 끌던 때였지요.

그런데 지난주 "대통령이 1번 접종으로 국민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는 유승민 전 의원 제안을, 정청래 의원은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다. 초등학생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렇다면 국민은 실험대상이냐"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치 공방으로 비화했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적 불신이 있다면 대통령이 1호 접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신년회견 언급을 확인했습니다. '국민적 불신'이 어느 정도를 가리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도자의 길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2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서글픈 1호 접종 논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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