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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진검을 버리고 전쟁하겠다는 文정부

등록 2021.03.14 19:47

수정 2021.03.14 19:52

노태우 / 당시 대통령 (1990년 10월 13일)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이를 소탕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범죄와의 전쟁'이란 말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당시 살벌했던 검찰의 수사는 영화로도 묘사돼서 명대사를 낳기도 했죠.

"너 범단 수괴로 15년 살래? 청부폭력으로 3년 살래? "
"살아있네~"
"누구는 뭐 깡패수사 안 해본 줄 알아?"

검경은 2년간 전국에서 274개 폭력조직을 적발했고, 1000명 넘는 조직폭력배를 구속했습니다.

그후 다시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 까지는 30여년이 걸렸습니다.

이번엔 부동산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1년3개월만에 총리가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세균 / 국무총리 (지난 11일)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25번의 대책에도 완패하면서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사이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어갔습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을 집행할 공기업 직원들이 되레 투기꾼이었다는 소식은 국민 전체를 분노로 몰아갔습니다.

민심 이반까지 불러올 대형사건이 터졌는데도 수습이 난망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조사했던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하면서 휘두르는 칼마다 핵심을 베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합동조사단의 전수 조사에 7명만 추가적발된 건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경찰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망한 수사"라는 조소가 나올 지경입니다. 정부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 손을 빌리자는 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정세균 / 총리 (10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검사들이 다수 투입되는 건 확정적이네요?) 그렇게 될 걸로 봅니다."

이상민 / 의원 (10일, YTN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필요하다면 능력 있는 검사를 차출해서‥"

하지만 개혁을 명분으로 6대 중대범죄로만 검찰수사의 범위를 줄인 게 발등을 찍은 꼴이 됐습니다. 공직자나 다름 없는 사람들이 전국을 투기판으로 만든 이 사건이 중대 범죄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중대 범죄냐고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여당은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12일)
"특검 합시다. 저 박영선, 특검을 정식으로 건의합니다“

김태년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지난 12일)
"(국민이) 조사와 수사를 더 많이 신뢰할 수 있다면 특검을 수용하고…"

특검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사건에 필요한 건데, 부동산 범죄에 노하우가 쌓여 있는 검찰이 아니라 왜 특검이 필요한 건지 설명이 더 필요할 겁니다.

지난 2년 간의 검찰개혁이 반부패 대응역량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 그것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진정한 검찰개혁일 겁니다. 검찰주의자라는 비판에도, 윤석열 전 총장의 사퇴 일성은 그래서 곱씹어볼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윤석열 / 당시 검찰총장 (지난 3일)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힘 있는 권력자들이 죄를 짓고도 발 뻗고 자는 세상" 그게 문재인 정부가 그렸던 검찰개혁의 모습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30년만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전쟁에서 이긴다는 장수의 다짐만큼 공허한 건 없지 않을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진검을 버리고 전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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