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는 게 이게 아닌데

등록 2021.04.16 21:47

수정 2021.04.16 21:50

"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상쾌한 아침, 한 손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라디오에서 사람들 세상 사는 이야기 들으며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국민그룹으로 불렸던 지오디가 17년 전 노래한 '보통 날' 입니다. 퇴근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떠들다, 지쳐서 집에 오면 새벽 두 시.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웃음 짓다 잠이 든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은 그리움이 된 지 오래입니다.

시인의 탄식처럼, 인간은 서로에게 공포가 되고, 서로에게 복면이 되고 전염병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인 김용택의 '그랬다지요'에 소리꾼 장사익이 곡을 붙인 '이게 아닌데' 입니다. '봄이 왔는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넋두리하다 또, 봄이 갑니다.

지난해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1위는 한강공원이었습니다. 재작년 서울 근교 놀이공원이 1위에 올랐던 것과 분명히 대조가 되지요.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로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1, 2위로 꼽은 다른 조사를 보면 그 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집에 틀어박혀 살다, 그나마 큰 숨 한번 내쉬려고 한강변을 찾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건, 사방으로 틀어 막힌 일상의 어두운 터널을 도대체 언제 벗어날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인륜과 천륜을 태연하게 저버리는 범죄가 유난히 자주 불거지는 것도 그저 우연일까요.

정인이 양부모가 나눈 대화 메시지를 보면 세상이 싫어집니다. "정인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하자 "종일 굶겨보라"고 하고, 정인이가 숨진 날 "형식적으로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자 "그게 좋겠다. 좀 번거롭겠지만"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후 두 달 된 딸을 중태에 빠뜨린 아버지는 "자꾸 울어서 탁자에 던졌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시인과 소리꾼은 노래합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봄날은 가도, 간 봄은 다시 오고야 만다고 말합니다. 길이 막혔다고 생각할 때 또 그렇게 삶이 시작된다고 위로합니다.

4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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