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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다음 정부부터 재정 아껴라?…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예산안

등록 2021.09.01 15:20

수정 2021.09.02 18:38

[취재후 Talk] 다음 정부부터 재정 아껴라?…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예산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지금 시기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재정투자 방향을 분명하게 담아 604조 4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예산안을 보고 있자니 문 대통령이 말한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재정투자 방향'이 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임시 마지막 해의 예산안에게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취재후 Talk] 다음 정부부터 재정 아껴라?…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예산안
사진① 국가채무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추이 / 기획재정부 제공


■ 나랏빚 1000조 원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 3000억 원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채무비율도 50.2%, 이 또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길 전망입니다. 매년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의 절대적인 규모가 커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문제는 채무비율과 속도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나랏빚의 규모와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래프(사진①)를 보면 파란색인 국가채무, 초록색인 채무비율이 2018년 이후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가재정의 기반은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이 나랏빚이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3차 추경까지 때만 해도 조세부담율이 19.3%였지만, 올해 들어 2차 추경을 하면서 20.2%까지 올랐고 내년엔 20.7%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미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후 Talk] 다음 정부부터 재정 아껴라?…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예산안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추이 / 기획재정부 제공


■ 내로남불 예산안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누리 정권 8년, 박근혜 정권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 73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예산안을 편성하자 이렇게 말한 겁니다. 당시 예산안의 지출 증가율은 지금의 1/3 수준인 2.9%로 낮았고, GDP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5.7%에서 36%로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물론 재정을 엄격하게 운영해야 하고 재정건전성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데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과거 문 대통령의 발언과 지금의 예산안을 보고 있자니 당혹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또 당시 문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관리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해 노무현 정부에 넘겼고 노무현 정부도 흑자 재정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에게 넘겼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재정 상황을 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2017년 -1.0%로 시작해 2018년 -0.6%, 2019년 -2.8%, 2020년 -5.8%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내년 전망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2.2%입니다. 이마저도 종합부동산세가 올해보다 30% 더, 법인세가 13% 더 걷혀 세수가 24조 4000억 원 늘어난다는 희망 섞인 전제가 깔렸습니다. 또 2017년 36%였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7.3%까지 뛰었고, 내년엔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죠.

지난 정부의 예산안에 호된 비판을 가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예산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취재후 Talk] 다음 정부부터 재정 아껴라?…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예산안
2023년 지출 증가율 /기획재정부 제공


■ 돈잔치는 우리까지

이렇게 재정여력이 떨어졌으니 다음 정부의 걱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예산안을 짤 때 5년치 예산계획도 같이 세웁니다. 2023년의 예산안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지출 증가율 전망을 보고 실소가 터졌습니다.

"2023년 5.0%, 2024년 4.5%, 2025년 4.2%"

누가 되든 2023년 예산은 다음 대통령의 첫 예산안입니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많은 사업을 벌일 것이고, 당연히 예산도 많이 증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5.0%라는 숫자는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숫자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한 번 보겠습니다. 첫 예산안이었던 2018년 지출 증가율은 7.1%, 이듬해인 2019년엔 9.5%, 2020년엔 9.1%, 2021년엔 8.9%를 기록했고 마지막 예산안인 2022년엔 8.3%로 짰습니다. 평균값이 8.5%인데, 이보다 3.5%P 낮춰 지출은 전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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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원 없이 재정을 쓰고 그 부담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듯합니다. 이런 지적에 대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의 장관의 말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제 회복 추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재정 정상화 노력을 다음 정부로 떠넘긴 것이죠. 재정여력이 떨어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거나 또 지금처럼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처럼 국민과 다음 정부가 떠안게 됐습니다.

지금 뛰고 있는 대선 후보들도 이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을 겁니다.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이를 실현할 재정이 부족할지도 모르게 때문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재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줬으면 합니다.

미래 세대에서 물려줄 우리나라가 '나랏빚에 갇힌 대한민국'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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