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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팩트' 강조하던 조수진의 내로남불…당내서도 "낯 뜨거운 오버액션"

등록 2021.10.02 15:44

수정 2021.10.02 16:22

[취재후 Talk] '팩트' 강조하던 조수진의 내로남불…당내서도 '낯 뜨거운 오버액션'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 연합뉴스

9월의 마지막 밤, 갑작스러운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 개최 소식에 기자들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최고위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열립니다. 그런데 이날은 오전에 이어 밤까지 2번이나 최고위가 열린 겁니다.

■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안해"…이준석 대표가 '신군부' 된 까닭은?

긴급최고위가 왜 심야에 소집됐는지 취재하던 기자들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회의 참석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조 최고위원이 최고위와 당 관계자들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강하게 반발한 내용도 알려졌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추진한 긴급 최고위 안건은 곽상도 의원 제명에 대한 건이 아니냐.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 논의가 국감 시작 전날 심야 최고위를 열어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이냐.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 대표비서실장, 대변인 등 당 대표가 인선한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해 보좌해 주시길 바란다."

이준석 대표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주변 인물들까지 싸잡아 비판한 겁니다.

■ '신군부', 이준석이 아닌 김기현?

이 대표는 "회의 소집 자체가 김기현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며 조 최고위원에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조 최고위원이 '비민주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고 지목한 이준석 대표는 당시 외교 관련 인사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가 최고위 개최 소식에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 뒤, 먼저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 역시 조 최고위원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민주당이 곽상도 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겁니다.

한 최고위원은 "조 최고위원의 메시지를 보고 다들 황당해했다"고 했고, 다른 최고위원도 "낯 뜨거운 오버액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이준석·조수진 묵은 감정 나왔나?

조 최고위원의 최고위 거부가 이처럼 주목을 받은 건 조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 곽상도 의원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는 앞서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과정에서도 인선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등 불편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여기에 조 최고위원과 곽상도 의원이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낸 사이라는 점도 작용했단 분석입니다.

조 위원은 동아일보 법조기자 시절부터 곽 의원과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곽 의원이 이상직 의원을 고발해 전주지검에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때에는 바쁜 의정 일정 중 전주까지 동행해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법조인 카르텔이 심하다"면서 "법조인끼리의 카르텔만 있는지 알았더니 법조기자까지도 그 카르텔에 함께 있는 거 같다"고 씁쓸해 했습니다.

■ 조 최고위원의 국민 공감 지수는 '제로'?

조 최고위원이 감싸려던 곽 의원은 이번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후보를 향하는 과정에서 큰 반전을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퇴직금, 상여금, 산재보상금...어떤 말을 붙여도 곽 의원의 아들이 50억이나 받은 게 곽 의원과 무관하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곽상도 아들 50억' 보도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부패의 고리에 걸려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여당도 그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이재명 후보도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위기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곽 의원을 단죄해 비리와 당이 얽히는 걸 끊어내려고 몸부림쳤지만, 조 최고위원의 뜬금없는 내로남불성 메시지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조 최고위원이 오늘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하긴 했지만, 초선 의원의 섣부른 오버액션으로 당은 또 한번 큰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메시지 내용이 완전히 곽 의원을 옹호하는 내용이라 놀랐다"며 "외부로 알려지면, 당 입장이라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출신인 조 의원은 그간 '팩트를 갖고 질의하고 팩트를 갖고 공격을 해야한다'며 사실 확인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팩트라는 게 자의적 기준에 의한 것이라면 원희룡 후보가 말했듯 이 또한 '조수진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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