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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이 그리 절실했을까요?

등록 2021.12.27 21:50

수정 2021.12.27 21:57

"(워터게이트에 대한 비난이) 칼처럼 전임 대통령(닉슨)의 머리를 겨누며 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면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집니다"

포드 대통령은 닉슨이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참모들 반대를 뿌리치고 사면했습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쳤고, 분노한 국민들은 "포드를 감옥으로" 라고 외쳤습니다. 2년 뒤 그는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5년 뒤 포드가 술회했습니다.

"닉슨이 쫓겨나 굴욕적 여생을 보내는 것만 해도 감옥과 똑같은 형벌입니다. 관용은 미국의 뿌리입니다"

다시 20여 년이 흘러서야 그의 용기 있는 결단은 합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포드)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보다 나라 사랑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는 닉슨 사면으로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알고 있었습니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웠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사면이었던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기까지 고뇌의 시간을 거쳤으리라 믿습니다. 올 초만 해도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고 국민통합을 해칠 수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를 거부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면에 이르러선 "국민통합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그때와 사정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사실 선거가 다가왔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납득할 만한 사유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사면 반대 여론이 여전히 만만치 않고 건강 때문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했어야 할 사면입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만 해도, 대선 끝나고 김대중 당선인 요청을 김영삼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선을 두 달 반 앞둔 시점에 박 전 대통령만 사면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가 됐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는 선거의 유불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지만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을 듯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떨치기 어려운 의구심이 있습니다.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를 복권시키고 내란선동죄로 복역하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가석방한 것이 그렇습니다. 이 전 의원은 여전히 결백한 피해자를 자처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과 정치적 권한에 따라 행사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명분과 시기에 따른 역사적 평가까지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사면 역시 반대하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찬성하는 국민이 있고 또 한편으론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사면 적절성 여부보다는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사면인지, 아니면 국민을 다시 한번 분열시키기 위한 정략적 사면인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12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이 그리 절실했을까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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