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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형사부 검사가 걱정하는 '검수완박'…"고문 피해자도 벽에 부딪혔다 믿어야"

등록 2022.04.15 11:02

[취재후 Talk] 형사부 검사가 걱정하는 '검수완박'…'고문 피해자도 벽에 부딪혔다 믿어야'

봄꽃이 핀 대검찰청 외경

◆“검수완박 후 고문 피해자는 벽에 부딪혔다 믿어야 한다”
“기자님. 만약 당신이 경찰 수사에서 고문을 당했다 쳐요. 얼굴과 몸 곳곳에 멍이 들어 검찰에 넘어옵니다. 그럼 검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벽에 부딪혔거니’ 믿고 기소해야 합니다.”
형사부 근무 검사가 걱정하는 ‘검수완박’ 이후 상황입니다. 검사가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게 되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재검토하지도 못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추가로 예를 들었습니다. “만약 기자님이 어떤 여성한테 성범죄로 고발당했는데 그게 사실상 무고였다 칩시다. 근데 경찰이 여성 말만 믿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어요. 기록을 보면 무고로 보인다 쳐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기소 의견으로 넘기든 경찰에 다시 돌려보내야지 무고죄 수사는 불가능합니다.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기자님은 취재할 때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 쓸 수 있나요? 검수완박은 인터넷 글만 보고, 직접 글 쓴 사람은 취재 않고 기사를 쓰는 것과 같아요.”

 

[취재후 Talk] 형사부 검사가 걱정하는 '검수완박'…'고문 피해자도 벽에 부딪혔다 믿어야'
가평 계곡 살인사건 공범 이은해, 조현수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은 검수완박 됐으면 무죄였을 것”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계곡 살인 사건은 검찰 수사권이 없었다면 영구 미제 됐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형사부 검사들은 한 발 더 나가서 “영구 미제가 아니라 무죄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평경찰서는 계곡 살인 사건에 대해 ‘내사 종결’ 처리합니다. 억울한 보험사가 이은해를 고발하자 일산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합니다. 하지만 ‘불구속’ 상태였죠. 형사부 검사는 “세상에 사람을 죽인 살인죄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경찰은 수사 내내 구속영장 한 번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찰 수사 기록을 보니 너무 부실했습니다. 만약 검수완박이 됐다면 그 기록 그대로 기소했어야 했고 이은해는 ‘무죄’를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경찰 기록을 받고 1년 가까이 직접 수사 끝에 이은해가 전 남자친구들에게 행한 여죄를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취재후 Talk] 형사부 검사가 걱정하는 '검수완박'…'고문 피해자도 벽에 부딪혔다 믿어야'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한 윤호중 비대위원장 / 연합뉴스


◆“대장동 수사 문제가 아니다…시민들 일상에 피해 갈 것”
사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의 선택적 기소’ 저도 동의합니다. 검찰은 성상납에 연루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요리조리 법을 유리하게 해석해 2차 수사까지 무혐의 처분을 하며 시간을 끌었고, 그것도 모자라 3차 수사 때는 ‘공소시효’를 방패 삼아 출국금지를 한 인사에게 득달 갈이 ‘적법절차’를 주장하며 기소권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맡고 있는 업무가 저런 ‘정치적’ 수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부 검사는 “검찰 직접 수사에서 대장동 같은 사건은 극히 일부다. 시민들 일상에 관여하는 수많은 사건에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형사부 강화’(물론 이명박·박근혜 등 전 정권 수사 때는 정치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를 강화했죠.)를 내세우며 검찰 개혁을 시작했죠. 검사들이 정치 관련 수사가 아닌 서민들 일상에 관여되는 사건에 더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는 검찰은 그냥 직접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임대차 3법 폐지 교각살우”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도 ‘교각살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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