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잠이 오지 않습니다

등록 2022.07.04 21:51

수정 2022.07.04 22:18

코로나로 중단됐던 서천 장항항 축제가 얼마 전 다시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꼴갑축제'입니다. '꼴값한다'는 꼴값이 아니라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내세운 축제지요. 장항 꼴뚜기는 여느 꼴뚜기보다 열 배나 큽니다. 시인 백석이 "뱃사람 아홉이서 회를 쳐 먹고도 남았다"는 그 꼴뚜기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선창에 널부러져 천대받는다고 혀를 찼지요. 꼴뚜기는 '골독이'가 변한 말입니다. 생김새를 뜻하는 옛말 '골'이 볼품없다는 '꼴'이 된 겁니다. 꼴값한다, 꼴사납다, 꼴좋다, 꼬락서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꼴'에 한자말 '불견'이 붙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을 뜻하기도 합니다.

"네놈 두 눈이 멀어 뵈는 게 없으니, 세상을 이리 아사리판으로 만들어놨구나"

사극에도 등장하는 '아사리판'은 아수라장, 아귀다툼 아비규환처럼 불교용어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지요. 지난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가리켜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1년 남짓 지난 국민의힘이 어떤 지경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이겁니다.

이준석 대표가,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칩니다. 배 최고위원이 돌아오면서 이 대표의 어깨를 때립니다. 동년배인 두 사람이 예전에 얼마나 격의 없이 지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명색이 집권당 공개 회의에서 벌인 작태가 목불인견입니다.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성 상납 증거 인멸을 시켰다는 의혹을 놓고 징계 심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기까지 국민의힘 집안싸움은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그간 보고 들으신 대로여서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그러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온 대표 비서실장이 사퇴했습니다.

두 사람이 지금 어떤 관계인지를 보여준다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모두 달리면 된다"며 이른바 '윤핵관'을 겨냥한 듯한 글을 올렸습니다. 징계 심의도 "나니까 버틴다"고 했습니다. 

이제 당 윤리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거센 후폭풍과 당 주도권을 둘러싼 분란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 나라와 국민 살림이 어떤 형편입니까?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은 집권 여당의 꼴사나운 드잡이질이 국민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갈 수 없는 길을 거침없이 가는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회의실 뒤에 걸린 구호부터 돌아보기 바랍니다.

도대체 무슨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들어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건가요.

7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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