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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설마'가 발등 찍은 '검수완박' 막전막후

등록 2022.08.12 17:43

수정 2022.08.12 17:45

[취재후 Talk] '설마'가 발등 찍은 '검수완박' 막전막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설마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되겠어?"

'검수완박'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급물살을 탔다.

2021년 1월 1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경찰에게 수사권을 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사정기관 대수술에 재차 나선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세 차례나 발동하고,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청구를 하며, 검찰 인사권을 휘두를때까지만 해도 검사 출신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패배 직후 분위기는 돌변했다.

민주당 당내에선 초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보복수사 우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윤 대통령은 이에 질세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는 파격으로 맞섰다.

여기에 대선 결과에 분노한 1만 5천 민주당 대의원의 압도적 지지가 더해지면서 민주당은 22년 4월 30일 오후 4시 28분 재적 의원 177명 중 172명 찬성으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본격 논의된지 불과 한 달여 만이었다.

법안 처리를 주도한 최강욱·황운하 의원은 피고인 신분으로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중이어서 논란은 더 컸다.

■"설마 시행령으로 상위법을 흔들겠어?"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며 '검찰개혁'은 야당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윤 대통령은 행정권력으로 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과 직접 연락하는 검찰 핵심 관계자는 법안 통과 직후 기자에게 "검사의 업무는 바뀌지 않는다. 이미 (법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파훼수단은 여럿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을 우회하는 행정권력의 시도는 곧 현실이 됐다.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권한쟁의심판'에 이어, 11일 한동훈 법무장관은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을 발표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단 한 글자. '등' 이었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다.

당초 검수완박법안 국회의장 중재안에는
'부패범죄·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범죄'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막판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범죄'로 바뀌었다.

입법 전문가들이 이 한 글자의 의미 차이를, 그리고 왜 요구하는 지를 몰랐을 리 없다.

"설마 상위법의 입법취지를 시행령으로 고치겠어" 라는 다수당의 여유가 행정권력에 엄청난 공간을 만들어 준 셈이었다.

■"국회와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다시 극단으로 치닫는 검찰개혁

설마에 설마를 거듭하던 검찰개혁은 또다시 극단적인 충돌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에 "국회와 전면전을 하자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개정안 입법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반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의 입법독주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는데다, 설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설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권한쟁의심판에서도 다양한 꼼수가 동원된 법안 처리과정이 변수가 되고 있다.

당 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도 여론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강대강 극단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합의와 절충이 사라진 정치에 검찰개혁도 제로썸 게임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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