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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환율이 너무해…5명 중 1명이 유학 포기합니다"

등록 2022.09.02 17:56

수정 2022.09.02 19:51

[취재후 Talk] '환율이 너무해…5명 중 1명이 유학 포기합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7.7원 오른 달러당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코스피는 6.20포인트(0.26%) 내린 2,409.41, 코스닥은 2.44포인트(0.31%) 내린 785.88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국내로 들어오게 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긴 합니다만, 달러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라서 학비를 낸다는 게 좀 부담스러워져서요."

3년 전, 미국 메릴랜드에서 유학 중인 A씨와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초반대로, 연초 대비 100원 정도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높은 환율에 학기당 2만 달러에 육박하는 등록금과 매달 2000천 달러 정도 드는 생활비가 버거워졌다고 토로했습니다. 1년 등록금은 400만 원, 연 생활비는 240만 원 정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해당 인터뷰는 '원화 가치 하락에 환전 비상…유학생·여행객 '울상''이라는 리포트로 2019년 8월 7일에 보도됐습니다.

그 후로 3년이 흘렀고, 저는 어제(1일) '"학비만 연 1000만 원 늘어" 환율 쇼크에 허리 휘는 유학생'이라는 기사를 썼는데요.

주제는 똑같아 보이지만 환율 상황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오늘(2일) 환율은 1362.6원에 마감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60원을 넘어선 겁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미국에 거주 중인 B씨와 영상통화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B씨는 1년 전보다 학비 부담이 1000만 원 가까이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미국 내 높은 물가도 문제였습니다. B씨는 "마트에 갔더니 새우깡 한 봉지에 9.99달러에 팔고 있더라"며 "10% 세금까지 더해지면 1만5000원인 셈"이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다른 유학생 C씨는 "모아둔 돈이 월세 등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모자란 돈은 부모님께 송금 받아 썼는데 죄송한 마음"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유학업계 "18%가 유학 포기…목구멍이 포도청"

유학업계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국내 한 유학학원 대표 D씨는 "업계 전체가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먹고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뜻합니다.

업계 자체 조사 결과, 높은 환율 때문에 유학을 철회하거나 중도 포기한 학생이 전체의 18%로 집계됐다는 게 D씨 설명입니다. 환율도 환율이지만 설상가상 미국 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생활비도 급증한 영향입니다.

D씨는 "이럴 땐 장학금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인데, 학교들도 여건이 힘들다 보니 장학금 주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치솟는 달러…언제 내려가는 건가?

하루가 멀게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달러는 계속 비싸져만 갈까요?

현재 달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의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예치로 더 많은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왜 이런 강달러 현상을 지켜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화폐 가치를 적정선으로 유지하는 건 중앙은행의 임무 중 하나기도 한데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잭슨홀 회의에서 "높은 금리, 느린 성장, 완화된 노동시장 상황이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면서도 "이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며 물가 안정 회복의 실패는 훨씬 더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강력한 금리 인상으로 당장의 생활은 팍팍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물가를 하루빨리 낮추는 것이 경제 전반과 취약부문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연준이 1970~1980년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하면서 경기침체·중소기업 파산·대량 실업 등을 겪으며 얻은 교훈입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율을 2%로 낮출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단 계획입니다.

그런데 2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보다 6.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달 대비로는 0.1% 하락하면서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즉 상당 기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죠.

이 밖에도 유럽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러시아발 유럽 에너지 위기,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달러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요.

또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환율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입니다. 195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66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요.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화가 줄어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한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된 채로 있으면 적정환율 수준이 그전보다는 높아질 것이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혀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환율이 어느정도 진정될 순 있겠지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취재후 Talk] '환율이 너무해…5명 중 1명이 유학 포기합니다'
/네이버 금융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살펴보면 3~4년 정도 주기로 는 오르내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흡사 산 모양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번 산은 산세도 가파르고 정상이 어디인지 예측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어쨌거나 모쪼록 상황이 나아져서, 환율에 시름 하는 유학생들을 인터뷰할 일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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