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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통령실 코앞 '흉물' 될라…중단된 공사판에 용산이 '뒤숭숭'

등록 2023.01.04 16:17

수정 2023.01.04 16:23

[취재후 Talk] 대통령실 코앞 '흉물' 될라…중단된 공사판에 용산이 '뒤숭숭'

용산 대통령실 서쪽으로 공사중단 상태인 국방홍보원 건물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공사 중단과 계약 해지로 재입찰 과정을 거쳐 2024년말 완공이 예상된다.

용산 대통령실을 찾는 방문자와 직원들 대다수는 국방부 '서문'을 통해 출입한다. 통합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대통령실 청사도, 국방부도, 합동참모본부 건물도 아닌 거대한 공사 현장이다.

흰색 임시 가벽 뒤로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공사 현장이 대형 크레인과 함께 대통령실·국방부 손님들을 맞이한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실엔 건축현장의 작업 소리가 꾸준히 들려왔다.

대통령실 바로 옆 이 건물은 '국방홍보원'이다. 연면적 7773㎡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2020년 12월부터 신축 공사에 들어갔다. 총사업비는 257억원이며 완공 예정 시기는 2022년 11월이다.

지난해 11월말이면 이미 공사를 마무리하고 입주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 즈음 공사가 멈춰버렸다. 반년 동안 익숙하게 들려오던 대형장비 소리도 사라졌고, 땀흘려 일하던 노동자들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사는 현재 '중지' 상태다. 이유는 시공사 등의 재정 상태 부실로 자재대금과 임금에 대한 체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체불은 공정 지연으로 이어졌고, 결국 계약 해지 경고 절차를 거쳐 지난해 10월말 공사중지 지시가 내려졌다.

건물은 꽤 올라갔지만, 준공까진 첩첩산중이다. 재입찰 과정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만약 시공사가 계약해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완공은 2024년말에야 될 전망이다.

정부부처 산하기관이 건물을 신축할 때 이러한 돌발변수가 나올 순 있다. 그럴 경우 입찰 과정은 적절했는지, 후속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따져 순리대로 조치를 하면 된다.

그러나 이 건물의 또다른 문제는 위치에 있다. 멈춰 선 공사 현장은 대통령이 집무하는 건물 옆으로 좁은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자리다. 2020년 첫 삽을 뜰 때까진 바로 옆에 대통령실이 들어설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재 이 건물은 국내 어떠한 공공기관보다 중요한 입지를 갖게 됐다.

건물은 당연히 '국방홍보원 청사'를 신축하는 것인 만큼 완공이 되면 '첨단 미디어 제작 환경 조성'이란 목적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국방홍보원은 이미 스튜디오를 확장하고 방송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미래 지향형 콘텐츠 제작 환경'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워낙 대통령실 코앞에 자리한 건물이라 용산 이전 직후부터 건물 일부를 대통령실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안팎에서 꾸준히 거론된 게 사실이다. 국방부나 국방홍보원 측 의사와 무관한 주장이지만, 그만큼 대통령실과 가깝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용산 시대'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남쪽과 동쪽에 접한 용산공원을 개방해 국민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해 3월 당선인 시절 조감도가 그려진 판넬까지 세워놓고 50분 가까이 직접 브리핑을 한 이유도 '제왕적 권력'을 상징하는 청와대를 떠나 용산을 제대로 된 '국민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임 후 대여섯 달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옆건물'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용산 시대'의 외형에 대한 계획도 다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 임기중 절반 가까이 공사장을 옆에 둔 청사에서 지내야 한다. 소관부처인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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