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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푸드페스티벌…"한국의 맛이 곧 세계의 맛"

등록 2023.07.24 15:01

수정 2023.07.24 18:25

아시아 최대(最大)의 미식 축제,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이 올해로 9번째를 맞이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은 시작 첫해부터 화제를 일으키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식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한국의 맛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성공을 이끈 주역은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콘텐츠사업국장이다. 정 국장은 9년 전 요리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음식을 주제로 ‘서울푸드페스티벌’을 기획했고 현재의 위상까지 올려놓았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산파 역할을 한 정 국장을 만나봤다.

정 국장이 처음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TV조선 경제부장 시절이었다. 정 국장은 단순히 음식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산업적 측면에서 봤다고 털어놨다.

Q : 음식을 산업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말씀이 무엇인지요?
A : 우리나라는 철강, 반도체, 2차전지, 중화학 등 제조업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K팝 같은 문화 산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가요나 드라마 등이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데요, 실제로 광화문 일대나 청계천만 걸어봐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관광 산업 또한 발전을 해야 하는데요, 이런 관광 산업의 핵심에 K팝 뿐 아니라 ‘음식’이 있습니다. 관광서비스 산업의 핵심은 음식이고 K푸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 생각했습니다.


 

2023 서울푸드페스티벌…'한국의 맛이 곧 세계의 맛'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콘텐츠사업국장이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의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 음식이 어떻게 관광 산업과 연결될 수 있나요?
A : 한국 음식의 가능성은 매우 풍부합니다. 제가 실제로 2008년 미국에 1년간 머물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봤는데 미국 음식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스테이크’입니다. 햄버거도 자세히 보면 고기를 빵 안에 야채와 함께 넣은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음식은 산과 바다가 있는 지형 특성상 재료가 다양하고 갖가지 장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그 맛도 서양 음식에 비해 깊고 풍부합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은 김치, 김밥 등으로 한정돼 있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질 못했어요. 중국 음식이나 일본 음식과 비교해서 말이죠. 그래서 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 관심을 갖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울에 고급 음식점이 많아지면 서울의 품격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실제로 K팝 등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점심으로 ‘신라면’을 먹고 일본에서는 한식당이 인기라 한다. 정 국장의 말대로 음식도 강력한 산업적 무기가 되고 있는 추세다.

Q : 언제부터 서울푸드페스티벌을 기획하신 건가요?
A :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2014년 TV조선 글로벌 리더스 포럼이 시초였어요. 그 당시 포럼에서는 한국 산업을 움직일 6가지 테마를 정하고 각국의 연사들이 한국을 찾아 연설을 했습니다. 6가지 테마에는 인공지능, 바이오, K팝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음식 역시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Q : 이미 9년 전부터 음식의 문화·산업적 가치에 집중하셨군요. 당시 포럼에는 어느 셰프들이 외국에서 왔나요?
A : 당시 세계 1위 셰프였던 르네 레드제피, 한국에서도 잘 아는 호안 로카, 피에르 가르니에 등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당시에는 유명 미슐랭 3스타 셰프가 한국을 찾는 일이 거의 없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레드제피 셰프의 덴마크 ‘노마’ 레스토랑에는 한 끼를 맛보기 위해 전 세계의 부호들이 전용기를 타고 코펜하겐을 찾았습니다. 덕분에 당시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는 관광객은 10%나 늘어났죠. 한 사람의 요리가 도시의 지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나아가 관광객까지 유치를 한 겁니다.

Q : 당시 세계 유명 셰프들의 방한으로 서울 미슐랭 가이드가 생겼다는 말도 있던데요, 혹시 비화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 세계 최정상 셰프들을 직접 만나 보니 그들의 ‘장인 정신’에 먼저 놀랐습니다. 당시 전 세계 1위 셰프였던 레드제피는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개미를 삶아서 먹어보기도 하고 튀겨서 먹어보기도 했다는데요, 실제로 해외 셰프들은 자신들을 단순히 ‘요리사’가 아닌 ‘예술가’로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는 미슐랭 별을 따기 위해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기도 하고요. 그런 셰프들의 장인 정신을 만나기 위해 당시 청와대와 서울시 최고위 관계자들이 셰프들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 이후 음식도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청와대와 관광공사가 주도해 서울 미슐랭 가이드가 생겼습니다.

정 국장은 음식을 ‘행복감’이란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지난 2018년 영국 성인남녀 약 8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식사를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았다.

Q : 음식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계신가요?
A : 미식은 ‘맛 미(味)’가 아니라 ‘아름다울 미(美)’자를 씁니다. 이 아름다움이란 말에는 인간의 감정과 문화까지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비록 한 끼 식사라는 평범한 일이지만 사람은 그 속에서 커다란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처럼 음식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요소이며 사람들 간의 좋은 관계를 형성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매년 조사되는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를 보면 정 국장이 세계 최정상 셰프들을 서울로 부른 2014년부터 ‘셰프’가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셰프가 선망 직업이 되었다는 말이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궁금했다.

Q : 서울푸드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제2의 스타 셰프를 꿈꾸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들었습니다.
A : 네 그것이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선순환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외국의 유명 셰프들을 부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스타 셰프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실제로 해외에 나가 한국 음식을 전하고 해외 유명 셰프들의 기술을 배우는 동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서울푸드페스티벌로 인해 해외 유명 셰프들 밑에서 요리를 직접 배우며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돌아와 테이블 두세개를 놓고 식당을 시작해 미슐랭 셰프가 되는 경우도 생겨났어요. 이런 셰프들이 많아지자 골목 상권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요리에 대한 저변을 넓히고 실력 있는 국내 셰프들이 다수 배출되는 것에 서울푸드페스티벌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의 백미는 ‘한국의 맛’ 행사이다. 미슐랭 3스타 셰프들에게 직접 한국 식재료를 체험하고 이것으로 요리를 만들어보게 하면서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살펴본다.

Q : 미슐랭 스타 셰프들에게 한국의 맛을 제대로 공부시키려고 상당히 어려운 과정도 마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A : 네. 미슐랭 셰프들을 처음 불렀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데리고 새벽 6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합니다. 이들에게 한국의 식재료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인데요. 매년 그들은 새벽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진지하게 식재료 공부를 합니다. 처음 보는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떻게 자신의 요리에 녹여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흡사 예술가 같았습니다.

Q : 미슐랭 셰프들에게 반드시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요.
A : 바로 한국의 장입니다. 된장, 간장 등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흔한 재료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식 발효 문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발효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발효된 장이 음식 곳곳에 사용되고 있는 나라는 드물 것입니다. 올해 역시 미슐랭 셰프들은 한국식 장에 큰 관심을 가졌고 직접 삶은 콩을 빻고 갈아보며 한국식 장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워갔습니다. 일부는 현장에서 장독대에 들어 있는 장맛을 보더니 자신의 고향인 벨기에로 가져가고 싶다고 제게 말하더군요.

 

2023 서울푸드페스티벌…'한국의 맛이 곧 세계의 맛'
경북 영주시 만포농산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장독대 근처에 모여 만포농산 정병우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전통장을 맛보고 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의 메인 행사 중 하나는 ‘피크닉 온 더 브릿지’이다. 주말 하루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교로 변신한 잠수교 위에는 다양한 음식 잔치가 벌어진다. 올해도 5만 여명의 시민들이 찾았다.

Q : 시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행사 중 하나가 ‘피크닉 온 더 브릿지’입니다. 어떻게 다리 위에서 행사를 열 생각을 하셨나요?
A : 호주 시드니에는 두 가지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페라 하우스’이고 다른 하는 ‘하버 브릿지’입니다. 하버 브릿지는 바다를 잠수교는 강을 가로지른다는 차이점을 빼고는 거의 같습니다. 예전에 하버 브릿지에서 미슐랭 3스타를 초청해 행사를 연 적이 있는데 서울의 한강도 시드니 못지 않게 풍경이 좋기 때문에 ‘피크닉 온 더 브릿지’ 행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한강 잠수교는 요즘 가장 핫한 공간 중 하나이다. 세계적인 명품 패션업체 루이비통은 올해 4월 잠수교에서 프리폴 여성 컬렉션 패션쇼를 진행했다. 당시 잠수교에서 찍은 사진은 루이비통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졌고 프랑스 파리 사람들도 서울 잠수교에 가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Q : 루이비통보다 무려 9년이나 앞서 잠수교에서 행사를 개최하셨습니다. 특별히 영감을 받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A : 저는 한강의 아름다움에 주목했습니다. 서울 한 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보고 해외의 어느 곳과도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해 잠수교 행사에 참여한 미슐랭 3스타들은 한강의 풍경에 감탄을 합니다. 올해도 미슐랭 셰프들 뿐 아니라 미국에서 찾아온 피자 챔피언들도 모두 한강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를 못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셰프들이 음식을 만들면 더욱 맛있는 음식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23 서울푸드페스티벌…'한국의 맛이 곧 세계의 맛'
저녁 노을이 지는 가운데 한강 잠수교에서 열린 2023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을 찾은 시민 5만 여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10년 가까이 서울푸드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정 국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K팝에 이어 우리나라가 K컬쳐의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음식’입니다. 삼면이 바다이고 산이 있는 지형은 다양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각종 발효식품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열리는 서울푸드페스티벌을 통해 K푸드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전 세계인들이 K푸드를 즐겨 찾는 음식이 되게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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