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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의 한마디] 정율성의 미소

등록 2023.10.17 19:28

수정 2023.10.17 19:56

[앵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외곽에는 '기억의 공원'이 있습니다. 정문 왼쪽에는 레닌 동상이, 오른쪽에는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적 동지였던 엥겔스의 동상이 있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민주정권을 세운 헝가리는 소련의 침략을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기억의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가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부하고 정율성 공원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정율성은 중공군 군가와 북한 인민군가를 작곡했고, 6.25 때 중공군과 함께 남침했던 인물이죠.

김오복 | 故서정우 하사 모친 (지난 8월)
"우리 아들이 북한 연평도 포격에 의해서 처참하게 전사를 했습니다. 때지난 이념 논쟁이 아니라 북한은 끊임없이 도발해 왔고, 아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아들을 잃은 서정우 하사 어머니는 눈물로 반대했고, 5.18단체와 4.19단체까지 반대했지만, 광주시는 요지부동입니다.

강기정 | 광주광역시장 (지난 8월)
"광주시민들이 뜻을 모아서 해왔던 그런 일이고, 하나도 부끄럽거나 잘못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공과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6.25영웅 백선엽 장군에게는 간도특설대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묘법까지 발의하지 않았던 가요?

심지어 정율성이 의열단에 참여했다는 기록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슨 공과를 논한다는 건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적지 않은 광주시민들도 정율성 공원에 반대하면서 밧줄로 두번이나 거꾸러 뜨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박은식 |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오늘 전화 인터뷰)
"광주 사람들이 정율성이 대한민국을 침략했던 행적들이 자세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이런 사람을 꼭 우리 세금으로 기려야 하냐…."

헝가리가 정치권의 합의로 기억의 공간을 만든 건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미화하기 위한 게 아니라, 냉정하게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시가 지으려는 정율성 공원은 어떻게 설명해도 남침의 주역을 미화하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정율성의 동상은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북한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만든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장면으로 보이죠.

자신의 기념공원이 민주화의 상징인 도시에 만들어진다면 무덤 속에서는 어떤 표정일까요.

오늘 앵커의 한마디는 '정율성의 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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