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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뭐가 중한디

등록 2023.12.18 21:50

수정 2023.12.18 21:57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심판' 입니다. 한복판 예수 오른쪽 아래, 살가죽이 벗겨져 순교한 성인 바로톨로메오가 있습니다. 그런데 들고 있는 살가죽이 그의 얼굴과 사뭇 다릅니다. 그건 미켈란젤로 자신의 모습입니다. 보잘것없는 인간이라고 고백하는 회개와 회한의 자화상이지요.

반면 권력자의 초상화는 종종 과장, 미화되곤 합니다. 루이 14세 초상화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태조 이성계의 어진은, 오른쪽 눈썹 위 사마귀가 고스란히 묘사돼 있습니다. 태종은 효자 세종이 바친 자신의 초상화를 불태워 버리라며 말했습니다.

'옛말에 터럭 하나라도 다르면 내가 아니라 했거늘…'

조선시대 초상화는 그렇듯 귓속과 뺨 아래 터럭까지 사진처럼 묘사했습니다. 붉은 주먹코, 얽은 마마 자국도 감추지 않았고요. 사시였던 명재상 채제공의 초상화 역시 그렇습니다. 미화와 분칠을 죄악으로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곧은 정신이 이렇게 초상화에서 빛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신성한 선거를 인간 세탁과 표백의 살풀이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공천 적격'으로 판정한 이재명 대표 특보의 고문치사 전력이 드러나자 '부적격'으로 번복한 게 그렇습니다. 

정의찬 특보는 남총련 의장 시절,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숨지게 한 사건으로 5년 형을 받고 복역했습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때 산하 재단 사무총장으로 발탁했다가 고문 사건이 알려져 사임했지요. 그러고도 이 대표는 대선 선거대책위 팀장으로 기용했고, 지난 8월에는 특보로 임명했습니다.

이 정도인데 그의 범죄 전력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고도 이게 뭐가 대수냐는 표정입니다.

"뭐,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후보 검증위 역시 알고도 어물쩍 넘어가려 했을 개연성이 큽니다. 게다가 정 씨가 출마를 준비하는 곳은 현역의원이 이른바 '수박'으로 찍힌 지역구입니다.

이 대표 '측근 리스크'는 또 다른 비명계 지역구를 노리는 한총련 의장 출신 특보에게도 걸려 있습니다. 쇄신 무풍지대 민주당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내주며 불출마를 거듭 밝혔습니다. "나부터 쇄신하겠다"는 선언이었지요. 비대위는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현역 스물다섯 명을 물갈이해 여소야대를 실현했습니다.

시인이 밤하늘에 명멸하는 별을 보며 인간의 끝없는 집착과 욕심을 생각합니다.

'별은 1초에 일흔아홉 개씩 사라진다. 별은 세상에 마음이 없어 사라지고, 세상에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무섭게 모여든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놓고 "이 대표 직인 없는 공천장은 없다"고 겁박아닌 겁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정이 마치 별이 우수수 떨어진 캄캄한 하늘을 닮았습니다. 그 아래서 '별의 순간'을 잡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가 아닐지요.

12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뭐가 중한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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