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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터뷰] 미쉘린 셰프가 바라본 한식 세계화의 현재와 미래

등록 2023.12.22 14:38

수정 2023.12.22 15:55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 '올해 뉴욕 최고의 요리 8선'을 공개했다. 최고의 요리 중에는 한식인 돼지곰탕(옥동식)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뉴욕 지역의 최고 신생 레스토랑 12곳' 명단에도 한식 레스토랑이 선정됐다. 국내 최연소 미쉘린 스타 셰프는 지난 7월 아예 팀 전체가 뉴욕으로 터를 옮겼다. 요즘 해외에선 한식 셰프 모셔오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SNS를 통해서는 냉동 김밥과 냉동 만두를 즐겨 먹는 외국인의 모습도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K-팝으로 시작된 한류 문화의 바람이 자연스레 K-푸드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프랑스 요리의 대가 박민재 셰프는 한식의 위상에 대해 "작년과 올해 한식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진 것 같다"며 "기초가 튼튼한 어떤 발판이 마련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식에 대한 인기가 위대함이나 어떤 필요에 의해서 넘어간 것이 아니다"며 "하나의 트렌드로 들어가 지금은 열광을 하는 단계고 또 인기도 언제 꺼질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는 "떡볶이나 김밥 같은 한식의 메뉴 일부분이 해외로 넘어간 것이지 재료나 고유의 퀴진(cuisine·요리법)이 넘어간 것이 아니다"며 "재료에 대한 역할, 그 재료가 우리나라의 정체성이고, 그 재료가 모여서 하나의 음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 파인 다이닝에 대한 고언도 이어졌다. 박 셰프는 "우리나라 한식 미쉘린에서 주는 한식을 보면 한식이라고 할 수가 없다"며 "메뉴들 중에 요소요소마다 한식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은 아니다. 여러 가지 요리 코스를 짜는데 한식에 고추장 조금 썼다고 한식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셰프는 자기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프랑스 요리의 경우 그 나라에서 아니면 그 지방에서 거기서 자란 셰프가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드는 요리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박 셰프는 한국 고유 작물을 육성하거나 활성화하는 정부의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를 비롯해 미식 선진국들 상당수가 다양한 음식과 고유 재료에 대한 인식 개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단기적인 것이 아닌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간섭하고 일관성 있는 홍보와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전략작물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루쌀에 대해선 "밀가루를 일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글루텐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요즘 건강을 위해서 그걸 멀리하거나 먹고 싶어도 자기가 못 먹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동네에 쌀가루만 가지고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 7~8년이 넘어도 계속 그 자리에 있다. 결국 이러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있다는 것이다"며 "적극적 홍보과 관리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셰프는 한식 세계화의 길에 대해 "결국 거대하고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고유하고 독특한 세계관과 문화가 음식과 함께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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