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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터뷰] '공개 코미디의 옷을 벗었다'…그리고 B급 문화의 중심이 된 이 사나이

등록 2024.01.11 14:20

수정 2024.01.16 14:15

방송인의 꿈을 꿨다. 시작부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30살이 되던 해 신인 공채 개그맨이 됐다. 10년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돌아온 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였다. 그렇게 40대의 삶이 시작됐다. 지금 그는 출퇴근길 사람들의 휴대전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직장인들에겐 잠깐의 웃음을, 청소년들에겐 밈(meme·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의 중심이 되었다. 개그맨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임우일 씨를 만났다.

◇시청자를 매혹하는 시간 ‘3분이면 충분했다’

#부부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따뜻하고 훈훈할 것이란 기대는 처음부터 없다. 따뜻한 반찬과는 달리 공간을 지배하는 냉랭함과 어색함, 불편함이 공존하는 자리.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아내가 "밥 먹을 때 유튜브 보지 마"라며 먼저 화살을 쏜다. 남편은 억울한 눈빛을 연신 보낸다. 하지만 둘 사이에 눈빛 교환은 그 자체가 사치다.

#친구와 함께 식당에 왔다. 갈비탕이 먹고 싶지만 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계산하기는 싫다. 선뜻 먼저 주문하면 내가 계산할 것 같아서다. 친구에게 메뉴를 추천해 보지만 차가운 거절의 답변만 돌아온다.

임우일 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180초' 콘텐츠의 특징은 내가 경험한 적이 있거나 혹은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자뷔’(deja vu)에서 오는 친근감이다. 콘텐츠도 결혼 생활에서 한번쯤은 친구 사이에 한번은 해본적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공감과 웃음이 공존하는 ‘생활형 개그’는 자연스레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 지금 채널은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명 채널로 성장했다.

임씨는 "생활 속에서 하는 그냥 코미디잖아요. 진짜 친한 친구랑 만나면 숟가락을 누가 놓을 것인가부터 부부 사이의 관계까지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그런 것들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촬영 전 배우들은 많은 대화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는 "부부 콘텐츠를 찍을 땐 상대역인 홍예슬(공채 28기 개그우먼)씨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시작은 후배 개그맨이자 친한 동료인 이승환(공채 31기 개그맨)씨의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이게 과연 돈이 되냐, 생활을 할 수 있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비슷한 컨텐츠를 하는 후배한테 통장을 보여달라고 했고 입금액과 입금자(구글)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널을 만든 후 콘텐츠가 올라가기까지 모든 업무는 그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 섭외, 기획, 출연,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다 하다보니 그의 일주일은 매우 빡빡하다. 그는 "먹는 것을 소재로 하는 에피소드에 대해선 너무 날로 먹는다는 논란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유행어도 없던 코미디언이 유튜브 밈스타로

'우일이형 폼 미쳤다' 임우일씨가 나오는 콘텐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댓글이다. 단순하게 댓글로 그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변주와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인 밈(meme)으로 정착하고 있는 셈이다. 임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라며 "기이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인기 체감에 대해 묻자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모르는 분이 다가와서 우일이형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만난 사람인가 아닌가 몰라서 한참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며 "많은 분들이 와서 어깨동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대해 그는 "옛날부터 공개 코미디에서 계속 했던 것들"이라며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성공한 코너가 없었던 것이고 지금에 와서 이러한 역할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변화가 동료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우일이형도 저렇게 버텨서 마흔 넘어서 저러는데 우리 뭐 좀 더 해보자.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진짜 힘이 된다"고 밝혔다.

10년간 공개 코미디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그가 프로그램 폐지라는 악재를 정면으로 맞서 더 큰 기회로 바꾼 셈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이직할 데가 없는 그 막막함이 있었다"며 "굳건히 버티느냐 아니면 이 직업을 그만 두느냐의 경계선에 있었다" 회고했다. 유튜브 초기에는 이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큰 상처였다고 말한다. 임씨는 "유튜브를 하는 코미디언들이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있었다. 바로 '이러니 개콘이 망하지'였다"며 "일터가 없어진 이후 나온 불안감에 이런 댓글까지 받았을 땐 정말 아픔을 느꼈다. 그냥 회사가 없어져 대형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이직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코미디언, 크리에이터도 아닌 '우일이형'

불혹을 지난 40대에 찾아온 첫 전성기. 그는 황금같은 시간은 허투루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스탠딩 코미디를 비롯해 다양한 스펙트럼 변화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미디언,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화배우 등 다양한 직업들 중 자신을 대표하는 직업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우일이형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의 본캐이자 부캐기도 하고요. 내 이름 안에 친숙함도 있고 코미디언, 크리에이터 유튜버라는 것도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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