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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불 붙은 안락사 논쟁…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4.02.13 21:41

수정 2024.02.13 22:15

[앵커]
얼마 전 네덜란드 전 총리가 부인과 함께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 될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네덜란드 전직 총리 부부가 같은 날 안락사 했다고요?

[기자]
네, 1970~80년대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드리스 판아흐트 전 총리 부부인데요. 올해 93살 동갑인 부부는 뇌출혈과 합병증을 앓다가 지난 5일 동반 안락사했습니다. 이들이 택한 안락사는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투약하는 건데요. 의사는 처방만 해주고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조력 존엄사와, 단순히 연명 의료만 중단하는 존엄사도 있습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는 2022년 전체 사망자의 5%가 안락사로 숨졌습니다.

[앵커]
지금은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가 많아졌지요?

[기자]
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과 캐나다 등이 안락사를 합법화 했고 스위스와 독일 같은 나라는 조력 자살 방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영국은 연명의료 중단만 가능한데요. 유럽 국가들은 말기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연령 제한도 없애는 추세입니다.

[앵커]
외국에 비해 우리는 논의가 늦은 편인 것 같네요?

[기자] 
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1997년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고 퇴원 시킨 가족과 의료진이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처벌 받았습니다.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인데요. 그 뒤로 의료진들은 집에서 임종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의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승소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가 인정 받았습니다.

[앵커]
당시 우리 사회에 죽음과 의료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지요?

[기자]
네,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2018년 존엄사법이 도입됐습니다. 최근까지 33만 명 넘게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의사를 밝힌 사람도 219만 명에 이릅니다.

[앵커]
그런데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에 가서 죽음을 택하는 경우에도 가족이나 지인이 처벌 받습니까?

[기자]
동행한 가족이나 지인은 형법상 자살방조죄가 적용될 순 있습니다. 다만 고의성이나 적극성을 따져봐야 하는데요. 지금까지 한국인 10명 안팎이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아직까지 기소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승준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살하려는 사람한테 유서를 대신 써주는 것 이런 것도 다 방조가 되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방조보다 훨씬 범위가 넓습니다. 티켓을 구매를 해준다, 비용의 일부를 보전한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자살방조죄가) 될 여지도 있고…."

[앵커]
우리도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2022년 조력 존엄사 법이 발의돼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8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종교계와 의료계가 반대하면서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탭니다.

윤영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의료진은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치 때문에 반대를 해왔지만 오히려 생명의 존엄성보다 삶의 존엄성이 더 중요한 거죠. 기계적인 생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고 삶을 잘 마무리하면서 완성시켜가는 그것이 존엄하게 존중돼야 된다는 거죠."

[앵커]
인간답게 죽을 권리,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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