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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상대가 누구여도 질 수밖에 없는 규칙

등록 2024.03.19 18:01

수정 2024.03.19 19:32

[취재후 Talk] 상대가 누구여도 질 수밖에 없는 규칙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① 하위 의원 평가를 받으면 경선 득표수의 최소 20%를 깎도록 한다.

② 여성 신인이라면 25% 가산점을 받는다.

③ 경선 지역 대부분에서 최소 권리당원 50% 표심을 반영하도록 한다.

민주당의 하위 평가 의원 31명 중 28명이 비명계였다는 점을 위 규칙에 적용해 보면, 살아남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민주당은 이런 구조가 이미 1년도 더 전에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이해찬 당시 대표 때 정한 공천룰대로 '시스템 공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천룰 자체는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공천룰의 '세부 규정'인 의원평가제에 대해선 이야기가 다르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7일 당무위에서 하위 10%의 감산 비중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열흘 뒤 당무위에서 최종 의결했다.

이재명 지도부가 불과 총선 5개월 전에 이를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공교로운 건, 해당 규칙이 변경된 시점이 민주당 의원들의 다면 평가가 이뤄지던 때였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의원과 보좌진들이 참여하는 의원 다면 평가를 실시했고, 12월 최종 평가 심사를 진행했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 말대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의원들의 비토 여론이 다면 평가에 반영됐다면, 당시 비명계가 하위 평가를 받을 게 유력했던 분위기 속에서 이재명 지도부가 하위 평가 감산 비중을 바꿔버린 셈이다.

불출마, 탈당, 단수 공천자들을 빼면 정확히 하위 10%에 해당해 30% 감산을 적용받은 의원은 10명이고 모두 비명계이다.

그리고 이 10명은 모두 친명계 의원이거나, 친명계 원외 인사이거나, 대장동 변호사이거나,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인재와 경쟁해 낙천하거나 승부를 포기했다.

7년 전 자신의 막말에 발목 잡힌 정봉주 전 의원은 하위 페널티를 받은 박용진 의원 지역구에서 승리했었다.

후보 검증위에서 룸싸롱 의혹과 막말 등으로 '도덕성 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양문석 후보도 하위 평가로 감산을 적용받은 전해철 의원을 꺾고 본선에 올랐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대를 누구로 넣어도 하위 평가를 받은 의원이 지도록 돼있는 이 구조가 문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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