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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공시가 사실상 동결 '나비효과'…역전세난 가중되나?

등록 2024.03.23 19:37

수정 2024.03.23 19:42

[앵커]
주택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올해 공시가가 시세의 평균 69%로 4년 전 수준으로 동결됐습니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선 '역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경제부 송병철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송 기자, 공시가 때문에 역전세난이 심화된다? 선뜻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항목의 행정기준이 됩니다. 특히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대신 갚아주는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의 90%까지 허그가 보증을 해주지만, 빌라나 KB 시세가 나오지 않는 오피스텔,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에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증해 줍니다. 그런데 전세보증한도가 전세사기 여파로 지난해 5월부터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면 공시가가 1억 원인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한도가 1억 5000만 원에서 1억 2600만 원으로 줄어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빌라 공시가도 거의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면서 전세보증한도도 전세 시세와 차이가 커진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보증한도가 낮아진만큼 전세가도 떨어진다는 거네요?

[기자]
문제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이 되는 매물만 찾게 되고, 집주인들도 어쩔 수 없이 전세를 낮추면서 월세를 낀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윳돈이 없는 집주인은 보증사고를 일으키는 거죠. 실제로 올해 1월 허그가 대신 갚아준 금액은 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

강희창 / 비아파트총연맹 공동회장
"빌라나 오피스텔 가진 사람들이 전세를 주고 있는 경우는 100이면 99%는 역전세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일부 집주인들은 물론 어려움이 있겠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가가 떨어지면 좋은 면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반전세를 낀 월세로 전환되면 청년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 보시는 것처럼 시세와 전세보증한도 격차가 커서 청년층들이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도 못 가게 하는 역효과도 발생합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권대중 /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전세)보증률이 낮아져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낮아져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좀 더 정부가 좀 생각을 해야 되지 않겠나…."

[앵커]
나비 효과가 생기는군요. 대책이 있을까요?

[기자]
공시가는 한 번 결정되면 1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전세보증한도가 전세 시세를 한참 후행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인협회는 공시가 기준이 아닌 감정가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거래가 잦지 않은 소규모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원에서 적극적으로 시세 파악에 나서서 공시가가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집주인도, 세입자에게도, 우려되는 부분이 튀어나오는데, 제2의 전세사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제도 보완이 필요해보입니다. 송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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